신문 연재-토론토지역/흔적을 찾아서

5 지도의 시내산 오르기

천천히 chunchunhi 2020. 6. 19. 06:58

5 지도의 시내산 오르기

 

성지 순례를 준비하는 동안 시내산은 모든 일정 중에서도 가장 기다려지며 또한 가장 긴장되었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 집 지하실에서 얼마나 많이 걸으며 다리훈련을 시켰는지도 모릅니다.

 

시내 광야를 지나 구비구비 돌아온 산길, 산 너머로 석양이 질 즈음 하루 밤 자고 갈 산장에 도착하였습니다. 

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호텔이었으나 그 아름다움도 잠시, 저녁을 먹으러 간 것이 8시가 다 되었는데, 이제 몇 시간 자고 새벽 1 30분에 시내산을 오르도록 출발한다고 합니다.

급하게 저녁을 먹고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1시에 깨어 버스로 오니 시내산을 오른다는 흥분 때문이어서일까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와 앉아 있었습니다.

어둠을 가르며 달리던 버스가 선 곳은 마치 장터를 방불케 하는 곳, 버스도 많고 사람도 많고대 낯처럼 환하였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장사꾼들의 한국말!   "목사님! 싸요 싸! 낙타!"

한국사람들이 무척 오기는 왔던 모양이지요?

 

조심을 하지 않으면 봉변을 당한다며 낙타를 탈 때, 그리고 돈을 줄 때 조심해야 할 주의 사항을 들은 후,

배당 받은 베드윈들이 한 사람씩 끌고 자기 낙타 있는 곳으로 가는데….  ? 아내는 다른 여자들 그룹에 떨어졌네요.

붙잡고 사정을 이야기할 틈도 없이 멀어지는 부인들의 행렬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이게 사람 사는 모양인가 봅니다. 서로 지지고 볶고 함께 살아도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는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요번 여행에서 미지의 장소로 가면서 벌써 두 번이나 하는 셈이네요.

 

어둠 속에 생전 처음으로 낙타 등에 올라탔습니다.

낙타가 일어서는 동안 흔들리던 몸이 중심을 잡고 보니, 곧 낙타의 흔들림에 몸을 맞긴 채 천천히 앞으로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하였지요.

산모퉁이를 한 구비 돌아서니 반 정도 기울어진 하현달이 보이며 교교히 흐르는 달빛에 젖은 산천 경개가 눈에 들어오는 산길의 운치….   

무어라 표현하기가 힘든 감흥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모세가 십계명을 받으러 오르던 산길이니까요.….

 

저마다 손전등으로 앞을 비취이며 줄줄이 늘어선 사람들과 낙타의 대열은 저 멀리  산 구비를 점점이 돌아가는 희미한 불빛으로 보이고….

마치 하늘의 별들이 내려와 산 등성이까지 줄을 선 것 같았습니다.

귀에 꼽은 mp3 player도 지칠 만큼 오랫동안 좁은 길을 돌며 돌며 올라오니

드디어 낙타 종점에 온 모양입니다. 이제 여기서 부터는 걸어야 한답니다.

용케도 먼저 와서 기다리던 아내를 만나니, 낙타 타는 것이 참 재미있었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좁은 길이지만 손에 손을 잡고 오르기 시작한 꽤나 가파른 길이 가끔은 정돈되지 않은 돌부리들을 층계처럼 밟으며 이어 지고….

듣고 온 소리에는 계단이 750 개라 하기에 그까짓 750개 정도야…. 하던 생각이 그게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성인병의 약이란 약은 다 조화롭게 먹는 아내의 손을 이끌고 가다 쉬고, 그리고 가다간 쉬고…. 그 덕에 나 또한 좀 편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지나치게 숨이 차 오고 온 몸에 기운이 빠지며 진땀이 나는 것이 내가 이렇게 약해졌나? 하는 의구심이 일 정도로 힘이 들었지만 길은 오직 오르는 길뿐이었습니다. 

가면서 쉬면서 그래도 정상에 있는 베드윈 가계까지 올 수가 있었지요.  

흩어졌던 일행들을 모아 베드윈 가게에서 끓인 뜨거운 물을 사며 모두들 준비한 비장의 컵 라면을 꺼내었지요.

 

산길을 오르노라 등에서 땀은 났어도, 그 추운 밤에 올라온 길, 땀이 식으며 오한이 느껴지는 때에 마실 수 있는 뜨거웁고 매 큰 한 컵 라면의 일미는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입니다.. 우리 부부는 준비해간 쌀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풀어지기를 기다리는데, 라면을 못 먹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것도 꽤나 중요한 사람이…. 

그래 내 쌀 라면을 양보하고 난 커피에 과자로 목을 추슬렀으니 나 또한 그 "그 맛을 모르는 사람" 중의 하나가 되었지요. 허나 아내가 먹다 남긴 마지막 남은 국물 한 목음을 먹었으니 그 맛을 조금은 알지요,ㅎㅎㅎ!

참 별미 중에 별미였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은 라면을 가지고 올라와야 할 사람이 저 밑에서 마지막 한 고비를 기권한 바람에 모자랐던 거였답니다. 요즈음에는 베드윈들이 산정에서 라면을 팝니다. 끓는 물과 함께.)

 

해가 돋을 시간이 거지반 되어 오기에 새벽예배는 해 돋은 후에 드리기로 하고 카메라를 메고 산정으로 향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저마다 정상으로 오르려 하나 정상은 한 점뿐인데…..

정상 가까이 좀 펑퍼짐 한 바위에 함께한 일행들과 앉아 캄캄하게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내게

아내의 기도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ㅇㅇ를 낫게 해 주세요, ㅁㅁ를 낫게 해 주세요……"계속 이어지는 기도는 자기 자신보다는

아픈 친구들을 위한 기도가 먼저가 아닌가요!

그동안 기도는 은밀히 하는 것이라며 한 자리 누워 자면서도 기도 소리는 서로가 못 들었는데, 이제 평생 한번 올

그 시내산 정상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기다리며 간절히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의 처음이 이러니……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 눈물에 범벅이 되어 희미하게 보이는 여명 속에 나타나는

작은 붉은 불빛!  점점 커지는 붉은 불덩이는 마치 타지 않는 떨기나무에서 뻗어 나오는 광채 같은 환영 속에

찬란한 빛은 더욱 영롱한 광채를 만들어 내며 천천히 하얀 태양이 되어 사위를 환하게 만들어 주는

황홀한 아침이 되었습니다.

저 아래서 들려오는온누리!” 소리에 돌아서며 보니, 아침 햇빛을 받아 장엄하게 드러낸 산의 모습! 

장엄이란 단어로는 표현을 할 수가 없는 장관이었습니다.

 

"아침 해가 돋을 때 만물 신선하여라….."

이 경험과 느낌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으리오.

 

끝 간 데 없이 구비구비 이어진 산길을 미끄러도 지면서 내려오는 동안 모두가 하는 말,

"이 가파른 산길을 낯에, 멀쩡한 정신으로는 절대 못 오르지….."

그만큼 산세가 깊은 산, 2,285미터의 돌산, 시내산이었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부인이 약을 먹으며 보니, ? 내가 어제저녁에 자기 전 소화제로 먹은 알약이 그만

아내가 먹어야 할 혈압 강하제였던 것입니다.

아마 혈압도 없는 사람이 혈압 강하제를 먹고 시내산을 오른 것은 제가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ㅎㅎㅎ

 

시내산에서 본 일출
시내산 정상에서 먹는 아침 식사.

 

일출 후에 내려가는 사람들

 

일출 후에 보이는 시내산  주변  
낙타야! 지난 밤 수고가 많았다!  앉아 있는 낙타는 별것 아닌 높이였는데…. 일어서면 2층 난간에 앉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5 지도의 시내산 오르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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