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연재-토론토지역/2016년 한국

5 경희궁 2016년 서울 방문기

천천히 chunchunhi 2016. 11. 15. 08:53

5 경희궁 2016년 서울 방문기


경희궁!

우리의 여린 감성이

틀을 잡아가기 시작하던

사춘기일 때

중 고등학교 6년을 보내던

서울 중. 고등학교가 있던 자리 이름이다.

 

그 당시에도

예사 스럽지 않은

자연 경관과

아담한 산세와 어우러진

널찍한 교정이었기에

한 껏 감정의 나래를

펼 수가 있었었는데….

 

졸업 후

50년 만에 찾아 보니

그 때의 교실은

자취가 없고

그 교정에는

단아한 모습의 경희궁이 지어져 있었다.

 

그래서 찾아 본 경희궁.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커다란 궁궐이요,

이조 500년 동안

꽤나 오랫동안

정궁의 역할을 하던 궁전이었지만

일제의 침략으로

그 왕기 서린 흔적들이

다 팔려가고

부서지고,

도난 당하여 없어진 채

그 땅 마저 팔렸었다가

우여 곡절 끝에

초라하게 나마

경희궁으로

복원이 되었 단다.

그 경희궁의 어제는

볼 수가 없더라도 

오늘을 보며 옛 정취를 유추해 보기로 하자.

 

경희궁의 현재 모습은 궁궐의 원래 규모에 비하면 鳥足之血!

새 발의 피다.

 

광해군 9년이던 1617,

한양에는 '새문동에 왕기가 서려 있다'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새문동은 광해군의 동생 정원군이 살던 곳이기도 했다.

그 왕기를 누르기 위해 정원군 집터에 궁궐을 지었는데

그것이 경덕궁이다.

경원군은 훗날 원종으로 추존 된 인조의 아버지이고 보면

왕기가 서렸다는 말이 한낱 허언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결국 경덕궁은 인조를 첫 주인으로 받아들인 뒤

철종까지 열명의 왕 이 집무실로 사용한 곳이 되었다.

1760(영조 36)에 이르러

경덕궁이 정원군의 시호인 경덕(敬德)과 음이 같다고 해

현재의 이름인 경희궁으로 바뀌었다.

 

세월이 바뀌어

일제가 시행한 근대도시 개발에 따라

경희궁은 철저하게 파괴된다.

궁터 동쪽과 남쪽 일부가 도로로 편입되고

궁궐 안에는 경성중학이 들어섰다.

 

전각들은 여러 곳으로 팔려나갔다.

숭정전과 하상전은 조계사로,

홍정전은 일본인 절 광운사로,

홍화문은 이토 히로부미의 사당인 박문사로 팔려가는 등

옛 궁궐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오늘날 숭정전은 동국대로 옮겨져 정각원으로 쓰이고 있으며,

흥화문은 경희궁으로 되돌아와

옛날 우리들이 교정을 드나 들 때 있던 교문자리에

단청을 다시 하곤 서 있어

노인네가 된 나를 맞이하여 주고 있었다.

 

해방 후

경성중학교가 서울 중.고등학교가 되어

1974년까지 많은 인재들을 길러 내던 보금자리가 

도시의 개발 붐에 따라 현대그룹에 팔리는 운명을 겪기도 했으나

1980년 서울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사한 뒤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서울역사박물관이 지어졌다.

그리고 경희궁 일부를 복원했으나 극히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요즈음에는 시민공원이 되어 

많은 도심의 사람들에게 사색의 공간이 되어

옛 영화의 편린을 보여 주며

오랜만에 찾아 온 나에게는

사춘기의 추억을 되새겨 주었다.

 

여기서 한가지 확실하게 해 두어야 할 점이 있나 보다.

졸업 50주년 행사로 찾아 온 한국이고, 50년만에 만나는 많은 친구들도 있기에 50년만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 왔지만 실은 한국을 떠난 지 30년 만인 1997년에 잠시 방문한 적이 있어 몇 명의 친구들을 만나 본 적이 있었고, 2009년 중국을 방문하던 길에 잠시 들린 적이 있기에 한국방문 자체가 50년만은 아니라는 부언을 달아야 할까 보다. (부언 설명을 하라는 사람이 있기에ㅎㅎㅎ)




옛날에 있던 교문이 흥화문으로 바뀌었다.


 교문 바로 뒤에 있던 수위실 옆으로 난 교정으로 오르는 길

수위실의 추억









52년 전에  체육관 앞에 있던 돌이 지금은 숭정전으로 오르는 계단으로 바뀌어 졌다.


돌은 그대로인데 나는 얼마나 변했을까?
















일제 말기에 만든 방공호는 아직도 방공호 구실을 하려는지....



수령이 500년은 됨직한 고목은 아직도 청정한데....

이제 70이 된 나는....?  추억을 머금는다.






교문 밖 신문로 2가에 만들어 놓은 공원의 한 자락이다.




이렇게 세월은 강산을 바꾸어 놓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