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여리고
여호수아가 칼 한번 안 쓰고,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해서 무너뜨린 성, 여리고, 그 자취를 둘러보며 빙긋이 웃었다.
새로 부임한 목사님이 주일에 교회를 둘러보다가 유년부 교실에 들르니 잘 정돈된 교실의 한쪽에는 무너진 여리고 성 모형이 놓여 있었다. 마침 그 주위에서 놀고 있던 어린 아이를 붙잡고 물어 보셨다.
"애야, 너 참 똑똑하게 생겼구나! 너 누가 여리고 성을 무너뜨렸는지 아니?"
그랬더니 그 아이가 울상을 지으며 "목사님, 전 아니에요. 내가 안 부셨어요."하더란다,
그래서 그 목사님이 주일학교 선생님을 붙잡고 말씀하셨단다.
"ㅁㅁ집사님, ㅇㅇ에게 누가 여리고 성을 무너뜨렸는지 아냐고 물어 보니까 자기는 아니라며 모른다고 하던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
그 집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목사님, ㅇㅇ는 참 정직한 아이입니다. 지가 안했다면 분명히 하지 않았을 겁니다." 라고 답하더라나….ㅎㅎㅎ
어느 목사님의 예화, 그 본거지에 와서 무너진 성터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발굴 작업이 진행되는 이 옛 성터. 결국 출애굽기의 기록이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일어났었음을 입증하게 하는 발굴 작업은 아직도 얼마나 더 걸려야 이중벽으로 만들어 진 여리고 성이 복원되려는지···.그 때 즈음이 되면 라합이 밧줄을 드리워 내리던 그 창문을 볼 수가 있을까? 그 밧줄을 붙잡고 예수님의 족보의 반열에 들어 설 수 있었던 라합은 여리고 성 입장으로 보면 반역자가 아닌가? 제 삼자의 입장에서 보는 우리에게는?양지가 있기 위해서는 음지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올은 것이 있기 위해서는 그른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 인간사 세상살이인데 하나님의 뜻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정말 여리고 성은 누가 무너뜨렸을까?
왜 7바퀴를 돌라고 하셨을까?
왜 나팔을 불며 소리를 치라고 하셨을까?
영원한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선 또 영원한 삶이 필요한 우리 인간인가 보다.
알아야 고만 고만이고, 몰라도 고만 고만인 우리 인간의 한계.
살아 있는 동안, 앞날을 예견한다면서도, 한 구비 너머 무엇이 있는 줄 모르는 우리가 어찌 누구 하나 죽어 본 경험이 없이, 거저 죽고 마는 그 죽음 뒤를 알리요.
사는 것이 두려워서 사회를 만들었고, 죽는 것이 두려워서 종교를 만들었다는 그 말이 참 공감이 갔지만, 그 살기 위해서 만든 그 성도 이렇게 폐허가 되고 마는 것을 보면 그 사는 게 과연 무엇일까?
죽음이 두려워서 만든 종교!
그 두려움도 가지각색이어서 종교의 종류도 그렇게 다양한가보다.
허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던, 일단 그 믿는 대상을 정하였으면 그것에 심혈을 기우려야 되지 않을까?
이 신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저 신에 기웃거리고, 그러다가는 또 다른 신을 드려다 보고….
이건 믿음이 아닌 것 같다. 허나 믿음을 어찌 나의 잣대로 잴 수 있으리오.
그 믿음에 의지하는 죽음은 부부지간에도, 부자지간에도 서로 대신 할 수가 없는 것을….
성지 순례의 마지막 기착지인 여리고 성터의 그 폐허 위에서 잠시 숙연해 진다.
이제 성지 순례가 아니라 인생순례도 종착에 가까워 오는데….
나는 어떤 폐허를 남기려는가?
그래도 여리고 성터는 오늘까지 그 자취를 남겨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 일단은 돌아가자.
일터가 있고,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있고, 귀엽게 웃는 손자 손녀가 있고, 그리고 주일이면 웃으며 만나는 얼굴들이 있는 나의 여리고, 나의 집으로 말이다.
인생 일장춘몽이 깨기 전에……
언제인가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그 날, 나의 삶이 있던 나의 여리고 또한 "말씀"보다도 약한 "소리"에 무너지는 "여리고 성"처럼 무너지겠지만….
허나 그 때 까지는 열심히 살아 보자!
나의 삶 또한 폐허가 되어 자녀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 테니까…
이왕이면 아름다운 폐허가 되면 좋겠지.
지금까지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버스에 올랐다.
여리고 성터 뒤에 있는 시험 산(?)과 수도원. 이 산 위에서 예수님께서 시험을 당하셨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요즈음에는 이 곳을 케이블 카를 타고 오르고 내린다.
여리고 성터의 발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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