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연재-토론토지역/크리스챤 월드 성경 안밖의 세상

60 여리고

천천히 chunchunhi 2013. 7. 17. 23:21

60 여리고

 

여호수아가 칼 한번 안 쓰고,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해서 무너뜨린 성, 여리고, 그 자취를 둘러보며 빙긋이 웃었다.

 

새로 부임한 목사님이 주일에 교회를 둘러보다가 유년부 교실에 들르니 잘 정돈된 교실의 한쪽에는 무너진 여리고 성 모형이 놓여 있었다. 마침 그 주위에서 놀고 있던 어린 아이를 붙잡고 물어 보셨다.

"애야, 너 참 똑똑하게 생겼구나! 너 누가 여리고 성을 무너뜨렸는지 아니?"

그랬더니 그 아이가 울상을 지으며 "목사님, 전 아니에요. 내가 안 부셨어요."하더란다,

그래서 그 목사님이 주일학교 선생님을 붙잡고 말씀하셨단다.

"ㅁㅁ집사님, ㅇㅇ에게 누가 여리고 성을 무너뜨렸는지 아냐고 물어 보니까 자기는 아니라며 모른다고 하던데이래도 되는 겁니까?"

그 집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목사님, ㅇㅇ는 참 정직한 아이입니다. 지가 안했다면 분명히 하지 않았을 겁니다." 라고 답하더라나.ㅎㅎㅎ

어느 목사님의 예화, 그 본거지에 와서 무너진 성터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발굴 작업이 진행되는 이 옛 성터. 결국 출애굽기의 기록이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일어났었음을 입증하게 하는 발굴 작업은 아직도 얼마나 더 걸려야 이중벽으로 만들어 진 여리고 성이 복원되려는지···.그 때 즈음이 되면 라합이 밧줄을 드리워 내리던 그 창문을 볼 수가 있을까? 그 밧줄을 붙잡고 예수님의 족보의 반열에 들어 설 수 있었던 라합은 여리고 성 입장으로 보면 반역자가 아닌가? 제 삼자의 입장에서 보는 우리에게는?양지가 있기 위해서는 음지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올은 것이 있기 위해서는 그른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 인간사 세상살이인데 하나님의 뜻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정말 여리고 성은 누가 무너뜨렸을까?

7바퀴를 돌라고 하셨을까?

왜 나팔을 불며 소리를 치라고 하셨을까?

영원한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선 또 영원한 삶이 필요한 우리 인간인가 보다.

알아야 고만 고만이고, 몰라도 고만 고만인 우리 인간의 한계.

살아 있는 동안, 앞날을 예견한다면서도, 한 구비 너머 무엇이 있는 줄 모르는 우리가 어찌 누구 하나 죽어 본 경험이 없이, 거저 죽고 마는 그 죽음 뒤를 알리요.

 

사는 것이 두려워서 사회를 만들었고, 죽는 것이 두려워서 종교를 만들었다는 그 말이 참 공감이 갔지만, 그 살기 위해서 만든 그 성도 이렇게 폐허가 되고 마는 것을 보면 그 사는 게 과연 무엇일까?

죽음이 두려워서 만든 종교!

그 두려움도 가지각색이어서 종교의 종류도 그렇게 다양한가보다.

허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던, 일단 그 믿는 대상을 정하였으면 그것에 심혈을 기우려야 되지 않을까?

이 신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저 신에 기웃거리고, 그러다가는 또 다른 신을 드려다 보고.

이건 믿음이 아닌 것 같다. 허나 믿음을 어찌 나의 잣대로 잴 수 있으리오.

그 믿음에 의지하는 죽음은 부부지간에도, 부자지간에도 서로 대신 할 수가 없는 것을.

성지 순례의 마지막 기착지인 여리고 성터의 그 폐허 위에서 잠시 숙연해 진다.

이제 성지 순례가 아니라 인생순례도 종착에 가까워 오는데.

나는 어떤 폐허를 남기려는가?

그래도 여리고 성터는 오늘까지 그 자취를 남겨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 일단은 돌아가자.

일터가 있고,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있고, 귀엽게 웃는 손자 손녀가 있고, 그리고 주일이면 웃으며 만나는 얼굴들이 있는 나의 여리고, 나의 집으로 말이다.

인생 일장춘몽이 깨기 전에……

 

언제인가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그 날, 나의 삶이 있던 나의 여리고 또한 "말씀"보다도 약한 "소리"에 무너지는 "여리고 성"처럼 무너지겠지만.

허나 그 때 까지는 열심히 살아 보자!

나의 삶 또한 폐허가 되어 자녀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 테니까

이왕이면 아름다운 폐허가 되면 좋겠지.

지금까지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버스에 올랐다.

 

 

 

 

 

 

 

    

 

   여리고 성터 뒤에 있는 시험 산(?)과 수도원. 이 산 위에서 예수님께서 시험을 당하셨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요즈음에는 이 곳을 케이블 카를 타고 오르고 내린다.

 

 

 

 

 

 

 

 

 

 

  여리고 성터의 발굴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