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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지하 궁전 - 이스탄불의 물 저장소

천천히 chunchunhi 2012. 5. 21. 09:42

26 지하 궁전 - 이스탄불의 물 저장소.

 

 

이스탄불,

콘스탄틴 대제가 로마의 수도를 이곳으로 옮긴 후 부터 약1600년간을 세계의 수도로 번영하며 120명의 황제와 술탄에 의해 지배 되어 온,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도시이다.

고대 로마제국이 동서로 분열되자 동로마로 불리다가 자연스레 비잔틴 제국으로 불린, 기독교의 영향력 아래 번성하였던 제국의 수도가 왕족과 교회 관계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음모와 술수, 이에 덧붙여 페르시아와 아랍의 침공으로 기독교의 유산들이 파괴되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를 회복한다는 명분으로 일어난 십자군전쟁은 오히려 이곳에 산재한 많은 기독교의 유물들을 더 부수고 라틴계 유럽으로 반출하는 바람에 더욱 황폐하여졌지만, 술탄 마호메트 2세에 의해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 다시 태어나면서 이슬람의 영향력아래 또 다른 번성기를 맞이한 도시가 되었다.

 

이 시기에 많은 교회의 유적들이 사원으로 개조 되었고, 많은 기독교 유물들이 이것을 지워버리려는 무슬림들에 의해 덧칠된 회반죽 아래 묻히게 되었던 것이다.

1차 세계 대전으로 오스만 터키가 완전히 몰락한 후, 유럽 연합국에 의해 나라가 분열될 위기에 이르자 무스타파 케말의 인도 하에 독립을 쟁취하여 오늘의 터키로 부흥발전 되기까지, 발전과 몰락의 영욕을 함께 경험한 자취로 얼룩진 고도,

 

이스탄불에 내리니 조금씩 비가 뿌리고 있었다.

비가 올 때엔 어떻게 해야 하지?

비 안 맞으려면 집으로 들어가야지?

먼저 지하궁전이라고 불리는 지하 물 저장소로 들어갔다.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고리에 있는 이스탄불은 오랜 세월동안 많은 민족들의 이동 경로가 되어 수없이 공격을 당했었기 때문에 언제나 적의 포위에 대비해 충분한 물의 저장과 공급이 절대 필요했던 도시였다.

따라서 비잔틴 제국 시대에 지하 저수지를 많이 건축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저수지가 성 소피아 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지하궁전(Yerebatan Sarayi)이다.

물은 이스탄불로 부터 약 19Km 떨어진 벨그라드 숲에서 부터 수로를 통해서 공급했고, 8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70m 폭에 길이는 140m나 되는 엄청난 규모의 지하 저수조(貯水槽).

 

이 건물은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시대에 건설되었으며 336개의 기둥과 천장 장식이 전국의 폐허에서 주워 모은 고린도식 석주로 화려하게 건축되었기 때문에 이를 지하 궁전(sarayi 는 영어로 palace) 이라 부른다.

 

1985년에서 1988년 사이, 이스탄불 시는 이 저수조에 쌓여있던 약 2미터 정도의 진흙을 다 퍼내고 새로 단장하였단다.

기둥들 사이에는 콘크리트와 나무로 도보 길을 만들고 조명과 음향효과를 써서 관광객을 위한 장소로 만들어 진 것이다.

그 옛날, 아니 이곳이 지어 진 것에 비하면 바로 어제보다도 가까운 1964년경에 007영화에서 처음 본 지하 저수지. 그 때에는 영화 속에서 제임스 본드가 보트를 타고 움직여서 소련 대사관 밑으로 잠입해 가는 것을 보았는데 오늘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돌며 그 웅장한 지하 궁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석주 위의 수심 측정기의 눈금이 기둥머리에 까지 다다른 것을 보면 당시 이 저수지에 물이 얼마나 가득했었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겠다.

깊이 안쪽으로 들어가니 기둥의 받침돌이 메두사의 머리모양을 하고 있는데, 메두사의 머리도 똑바로 놓인 것이 아니라 하나는 옆으로 뉘어있고, 다른 하나는 아예 거꾸로 놓여 있었다.

결국 메두사의 머리에 있는 그 수많은 뱀들이 천년이 넘게 물에 담겨있었으니 이게 결국 정력에 좋다는 뱀물(비얌 탕?)이 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아무도 마시려고 하지를 않는다.

이젠 모두들 정력이 필요 없는 나이들이 되었나? ㅋㅋㅋ

이는 아마도 이 저수조를 건축한 사람들이 이방신들을 믿지 않는 기독교들이기에 일부러 이렇게 하지 않았는가 싶단다.

이 메두사의 머리도 어디엔가 있었던 신전에서 뽑아 온 것만은 확실한데 그게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지금은 물이 말라 약 한자 정도 되는 깊이 속에 많은 잉어들이 노닐고 있었다. (그 물고기는 근래에 넣은 것.) 마침 밥을 주는 시간이어서인지 많은 잉어들이 몰려드는 그 물 속, 석주에는 또한 잉어가 조각되어 있기도 하였는데 이 조각은 오염으로부터 물을 보존한다는 의미를 띄고 있다는 데 과연 정말일까?

그 옛날, 비잔틴의 수도 비잔티움의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하던 저수조가 14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재하여 이제는 주요 관광지가 되어서 그 옛사람들의 장인 정신과 과학적인 건축기법을 컴퓨터시대인 오늘날까지 뽐내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선조들이었다.

 

물을 저장하기 위한 저수조로서는 지나치게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어진 지하궁전을 보고 나오니, 하늘은 어느새 파랗게 개여 있었다.

 

잠시 둘러 본, 그러나 대단한 물탱크였다. 요즈음 이 곳의 하이웨이를 운전하다 보면 가끔씩 보이는 둥그렇게 커다란 하얀 물탱크와는 비교할 수가 없는..

 

메두사: 그리스 신화에서는 괴물로 나오는 고르고라는 세 마녀들 중의 하나로, 고르고 메두사라고도 한다. 원래는 아름다운 소녀였으나, 여신 아테나의 신전(神殿)에서 해신(海神) 포세이돈과 정을 통했다고 하여, (사실은 강간 당한 거지만) 아테나 여신의 저주를 받아 무서운 괴물로 변하였다. 그녀가 영웅 페르세우스의 손에 목이 잘릴 때, 그 피에서 포세이돈의 자식인 날개 달린 천마(天馬) 페가수스와 크리사오르가 태어났다.

 

 

1 물을 담아 두는 공간으로는 너무나도 화려한 석주

2 옆으로 뉘인 메두사의 뱀이 꿈틀대는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