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땅 아래 세상 - 믿음의 피난처 데린구유 지하도시
버스를 타고 간 곳은 별 볼일 없는 교회당이 하나 있는 파킹 장이었다.
조그마한 안내판에는 데린구유라고 쓰여 있고…..
여기가 그 유명한 지하도시인데도 지상에 나와 있는 것은 영 별 볼일이 없는 것뿐이다. 허기야, 지하 도시이니까···.
이번 여행 올 때 이 지하 동굴에 들어가서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한 외다리 삼각대(어째 번역이 좀 이상하다. 하여튼 다리가 하나라 mono pod라고 부른다.)를 입구에서 빼앗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는 이런 것을 사용하면 전문가 취급을 하기 때문에 미리 허가를 받고, 또 돈을 내야 한단다. 이런 변이 있나…. 이곳을 위해서 그 멀리서 가지고 왔는데….. 할 수없이 입구에 보관시키고 따라 들어선 동굴, 정말 장난이 아니다.
미리 준비한 마스크를 쓰고 허리 굽혀 들어가며 놀라는 모습을 어떻게 설명을 할 수가 있을까? (많은 관광객들이 들어오다 보니 그 발길에 부서진 돌들의 작은 먼지가 미처 가라앉기 전에 다음 관광객들이 들이닥치기에 마스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깊은 우물’이라는 뜻을 가진 데린구유는 1965년에 발견되어 탐사를 마쳤으나 지금 우리가 관람할 수 있는 구역은 10%에 지나지 않는단다.
지하 120m까지 내려가는 대형 지하도시이지만 안전 때문에 우리는 지하 8층까지만 내려갈 수 있단다.
1층과 2층에는 마구간과 지상에서 구멍을 통해 던진 포도를 밟아서 짓이겨, 개어 포도주를 만드는 포도주 제조창, 포도주 저장고, 식당, 부엌, 학교 등이 있었다.
더 아래로 내려가 3층에 이르면 거주지, 교회, 체벌실, 병기고, 터널, 등이 있고 그 외 지하 감옥, 묘지, 식량 저장고, 우물 등이 있다.
지하 감옥이라….?
믿음을 위해서, 박해를 피해서 도망 온 사람들 중에서도 또 이렇게 감옥에 가야만 할 사람들이 생기는 모양이지?
허기사 각 고등학교에서 일등만 하던 사람들이 모인 대학에 가면 거기서도 또 다시 1등도 생기고 꼴찌도 생기는 게 우리 인간들이 사는 모양이니까……
같은 뜻으로, 같은 믿음으로 함께 와서 산다고 하더라도 살다보면 또 이런 일들이 생기겠지.
어찌 되었던 좀 씁쓸하였지만 약 1만 명 정도 수용 가능한 이 지하도시는 완전히 도시 기능을 갖춘 곳이었다.
이 곳 지하 동굴은 고대 히타이트민족(헷 족속)으로부터 시작해서, 로마시대에 전성기(?)를 이루었다가 점차 소멸되며 비잔틴 시대에까지 사람들이 살았었다.
초기 기독교가 박해를 받을 때, 이 곳으로 피난 와서 살면서 피난민들이 늘어날수록 더 큰 공간의 넓이가 필요하게 되자 옆으로 혹은 지하로 계속 파 들어가 지하 20층까지 지하도시를 확장하게 된 것이다..
신약성경 사도행전 2장 9절 등에 나오는 갑바도기야 지역에는 모두 36개가 넘는 지하도시가 있단다.
지하 3층에는 긴급 시 다른 지하 도시로 피신할 수 있는 지하터널이 9km나 뚫려져 있었다.
터널은 꾸불꾸불하게 만들어 졌는데, 이것은 만약 적이 병기를 들고 들어 왔을 때 마음대로 지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지하도시에 있는 교회들에는 괴뢰메 계곡(다음에 계곡편에서 설명이 이어질 것이다)과는 달리 일체의 성화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기독교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단다.
그런 도피의 세월이 지나 기독교가 공인 되고 난 후부터 서서히 이용이 줄어들어 서기 8세기이후에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곳 지하도시에는 52개나 되는 환기구멍이 교묘히 위장되게 만들어졌는데,
낮은 층에서도 매우 쾌적한 공기의 순환이 이루어지게 만들어 졌단다. 이 환기 구멍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통신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또한 사암으로 된 동굴이기 때문에 사암이 공기 정화를 시켜주기도 한단다.
그래서 맨 밑바닥 층에도 깨끗한 공기가 들어와, 심지어 지하 7층에서의 담배 연기도 빠르게 빨려 나간다고 한다.
지하 도시의 특징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돌로 만든 출입문이다.
출입구가 있는 굴 중간 중간에는 55~65cm의 두께와 170~175cm 의 높이로 만들어진 돌문이 있다.
이 돌문은 둥근 맷돌 모양으로 적이 침입을 했을 때 지하로 내려와 돌을 굴려 문을 닫음으로써 적의 공격을 차단하게 설계 되었던 것이다.
외부에서 이 돌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하며, 안쪽에서만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설계가 되었단다.
즉 이 돌 하나가 가장 훌륭한 방패가 되었던 것이다.
때로 나타나는 커다란 공간이 있는가하면 그 방들을 이어주는 허리를 잔뜩 구부려야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미로들,
우리는 이렇게 잠시 가이드를 따라 들어와 길을 안 잃어버리고, 설명도 들으면서 돌아 나오지만 그 옛날,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이곳으로 피신 온 믿음의 선배들은 이 지하도시에 살면서 또 새로 영입되어 오는 믿음의 동지들을 위해서 더 넓게, 깊게 파 들어 가노라며 보낸 세월이 얼마였을까?
그 고난은 또 오죽 하였을까…? 요즈음처럼 굴착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몇 명의 인원이 동원되었을까?
어떻게 만들었을까?
지하에서 나온 엄청나게 많은 흙들은 어떻게 옮겼으며 어떻게 버렸을까?
모두가 다 의문투성이요, 놀라운 장면이요 장관이다.
어두운 동굴을 빠져 나오니 늦은 오후의 해가 따사롭게, 그리고 밝게 우리들의 눈을 부시게 하여주고 있었다.
참으로 대단하고 놀라운 땅 아래의 세상을 보고 땅 위로 나온 것이다. 태양이 있는….
태양이 있는 세상으로 나 왔으니 또 세상사는 사람처럼 살아야지?
밤을 보내기 위하여 호텔로 가는 길에 기암괴석들로 장관을 이루는 계곡들을 저~만치로 보며 달려가던 버스가 비둘기 계곡이란 휴게소에 섰다.
이름대로 많은 비둘기들이 그 기암괴석 사이를 자유롭게 날라 다니며 저녁 해를 받고 있는 경관은 정말 장관이었다.
석양을 받아 붉게, 그리고 분홍색으로 빛나는 기암괴석들을 보며 방금 나온 그 엄청난 지하세상을 되뇌어 보았다.
1 지하도시의 일당백을 하는 수문장. 돌로 된 굴리는 문
2 넓은 홀과 통로
3 이렇게 작은 문을 통과하면 또 넓은 통로와 방들이 나온다.
4 세례를 위한 지하 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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