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성 빌립 교회의 폐허에 서서….

18 성 빌립 교회의 폐허에 서서….

현 터키의 남동부, 뜨드미지근한 온천이 흘러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고대 로마의 온천 휴양지 히에라폴리스(Hierapolis). 그 유적지 안에 있는 야트막한 산 위에 사도빌립 순교 기념교회 유적이 남아 있다. 기독교의 사료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중 한 사람인 사도 빌립은 말년에 히에라폴리스에 와서 전도를 하다가 이곳에서 순교했다고 한다.

이 산을 올라가려면 언덕배기에 건축된 야외극장을 지나게 된다.

규모면에서는 에베소보다 훨씬 작았지만 복원이 잘 되어 있었다. 지금은 텅 빈 무대요 객석이지만 그 옛날, 예루살렘에서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와 이 극장을 내려다보면서 교회를 지은 성 빌립은 과연 어떤 연극들을 보며 어떤 생각들을 하였었을까?

그 곳을 나와 또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야생 양귀비가 빠알갛게 손을 흔드는 풀 사이로 난 오솔길은 제법 만만찮은 언덕길이다.

헉헉 거리면서 올라간 곳에 있는 성 빌립교회의 폐허……

가는 곳마다 폐허이기에 이제 즈음에는 폐허에 꽤나 익숙해져 있어야 할 테인데 아직도 폐허를 보는 마음이 찌잉하다.

 

예루살렘에서의 박해를 피해 이곳에 온 사도 빌립은 그의 아들들과 함께 이곳에 집을 짓고 교회를 세웠단다.

이곳에서 복음을 전파하던 중 우상 숭배자들에게 매를 맞고 옥사했다고 한다.

그는 죽음에 앞서 자신의 시신을 예수님처럼 세마포로 싸지 말고 파피루스로 싸라고 유언했다는데 주님과 동일한 취급을 받을 수 없다는 겸손함의 표현이었다고 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곳, 8각형으로 되어 있는 이 기념교회는 비잔틴 시대에 이 도시가 주교가 있는 교회로 발전이 되었을 때 사도 빌립을 위하여 그의 무덤이 있는 곳에 큰 교회를 세우게 된 것이다.

오랜 풍상에, 지진에 다 부서지고 몇 개 안 남은 돌기둥과 돌 문틀뿐이었지만 그 문틀마다에 다윗의 별이 조각되어 있었고 십자가의 모양이 조각 되어 있어 우리를 반기며 그 문을 지나게 하여 주었다.

8개의 돌문을 지나면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게 설계된 옛 교회 터.

큰 원을 그리는 그 문들을 지나면서 이는 상념, 과연 믿음의 본질은 무엇일까?

 

돌고 돌아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도록 지어 진 것은 혹시 이 생에서의 삶을 마치고 다시 본향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우리 인생들의 한 평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는지···

 

사도 빌립이 전도한 지역은 사도 바울이 전도한 지역과 구별이 된다.

사도 바울은 예루살렘으로부터 일루리곤(마게도냐의 북쪽 드라기아의 서쪽에 해당하는 아드리아 바다의 동쪽 지방이다. 현재의 유고슬라비아 남부 지역까지) 복음을 편만하게 전하면서 로마를 통해 스페인에까지 가기를 원하였지, 아시아 남쪽에는 가지 않았는데, 그곳에 가지 아니하려는 것은 이미 그곳에서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교회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기술하였다.

로마서 15:20에서 “내가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곳에서 복음을 전하지 않기로 힘썼노니 이는 남의 터 위에 건축하지 아니하려 함이라”.

이것이 빌립 사도가 전도한 바로 이곳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들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과 함께 2차 여행 때까지 성령이 막아서 소아시아로 갈 수가 없었다는 구절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일까?

행 16:6

성령이 아시아에서 말씀을 전하지 못하게 하시거늘

브루기아와 갈라디아 땅으로 다녀가

무시아 앞에 이르러 비두니아로 가고자 애쓰되 예수의 영이

허락지 아니하시는지라

 

상관이 있었던 없었던, 그건 우리의 생각일 뿐이지 모든 일들은 만유의 주재 하나님의 섭리 속에 이루어 졌을 터이니, 부족한 우리 머리로 하는 공상이 무슨 소득이 있으리요……

 

부서져 문틀만 남은 그 문들을 통해 한 바퀴 돈 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언덕바지에 서니, 멀리 하얀 목화의 성(지난 호 참조)이 보이고 그 위에서 오물오물 움직이는 사람들이 점점점이다.

   

1 성 빌립교회 터의 폐허

 

 

 

2 아치 쐐기돌(keystone)에 양각된 십자가

 

 

3 아치 쐐기돌에 양각되어 있는 다윗의 별

 

4 8개의 돌문이 원형을 지어 서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