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연재-토론토지역/크리스챤 월드 성경 안밖의 세상

16 뜨뜨 미지근한 라오디게아

천천히 chunchunhi 2012. 4. 21. 06:10

16 뜨뜨 미지근한 라오디게아

 

요한계시록에 언급된 소아시아의 7교회 중 제일 마지막 교회인 라오디게아.

여기까지 오노라 시간이 많이 걸려서 였을까? 뜨뜨미지근한 교회로 불리우게 된 것이···

 

정의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성서시대의 라오디게아는 소아시아 프리지아(Phryghia, 성서상의 부르기아)의 수도로 교통의 요지인 리커스 계곡에 위치한, 부유한 상업도시로서 발전했었다.

 

그 당시의 라오디게아는 근처의 히에라볼리에서 흘러내리는 따뜻한 온천물이 이곳에서 메안더 (지금은 멘데레스라고 부름) 강의 지류인 루커스 강과 만나기 때문에 곳곳에서 제사를 드리면서 잡은 짐승의 피가 미지근한 물로 인해 오염되어 많은 질병, 특히 눈병과 귀 병을 유발시키게 되었단다.

이에 따라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였던가?

이 지방에서 나는 귓병을 치료하는 특효약과 콜로니온이라 불리우는 안약은 특히 유명하였고, 그래서 라오디게아는 의료도시로서도 명성을 얻게 되었단다.

병 주고 약 준다는 속담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그 옛날부터 말이다.

 

아직도 발굴이 다 안 된 폐허, 그러나 그 유적지의 규모는 엄청 방대하여서 다 복원이 되면 에베소보다도 더 클 것이라고도 하는데···.

들어서니 부유하였던 도시답게 엄청 긴 대로가, 그 당시에는 다 반듯하였을 대리석 덩어리들이 울퉁불퉁 끝이 안보이게 이어져 있고 그 양 옆으로는 기둥들이 어떤 것은 제 모양대로, 어떤 것은 반이 잘려진 채로, 그리고 어떤 것들은 주춧돌만 남은 채로 마치 요즈음 길에 서있는 전선주처럼 쭈~욱 서 있는 것이 정말로 큰 도시였던 것 같다.

그 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니 커다란 야외 원형극장이 나타난다.

아직 다 발굴이 안 되어서 객석의 자취만을 저 끝까지 눈짐작으로 볼 때 에베소의 큰 극장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꽤나 큰 규모의 원형극장이었던 모양이다.

한쪽 객석에 앉은 한 무리의 순례 객들이 사제복을 입은 신부님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청명한 태양에 하얗게 빛나는 사제복과 아직은 발굴이 다 안 되어 누렇게 때를 입은 돌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원형극장에 않아 예배를 드리는 저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감흥이 교차하고 있을까···?

저 원형극장 안에서 혹시 믿음의 선조들이 사자들에게 쫓기지나 않았을는지···

조용히 돌아 본 후 한참을 걸어 또 다른 언덕으로 가니 거기가 바로 부서진 라오디게아 교회 터다.

귀 떨어져 나간 돌멩이에 음각한 십자가가 따가운 햇볕을 반사하며 기우러져 있었고, 무너진 교회의 담이 한쪽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는 폐허에는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 때에 믿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당시에 부유하게 잘 살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 사람도 남아 있을 수가 없도록 유한한 인생이니 적막강산일 수밖에.

 

뜨겁지도, 차지도 않아서 책망을 받은 라오디게아 교회는 역시 그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였던 것 같다.

그 때나 오늘이나 다름없이 우리 인간들은 부유해지면 그 부유를 누리기 위해서 하나님을 멀리하는 본성이 있으니까.

그 당시에도 하나님이 무서운 줄(?)은 알아서 믿는 것처럼 위장을 하였던 모양이지?

이 또한 요즈음과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을 보면 세월은 가도, 사람은 바뀌어도,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 모양이다.

등 따습고 배부르기에 구지 절실하게 매달릴 필요가 없다보니 거저 뜨뜨미지근하게 믿었던 그 유적지를 둘러보는 나의 등에 내려 쬐이는 태양은 꽤나 따가웠다.

나의 믿음 또한 이만큼이나 따가웠으면 좋을 텐데……

콜로니온이라는 안약을 사서 바르면 조금 더 바로 보게 될까?

그래서 조금 더 바로 보게 되면 조금 더 올바로, 조금 더 뜨겁게 믿게 될 수가 있을까?

육의 눈이 아니라 영의 눈을 밝혀주는 콜로니온을 어디 가면 살 수가 있을까?

아니, 이 말은 취소다.

돈도 없거니와 시몬처럼 망하면 그나마 얼마 안남은 여생이 너무 허망해 지니까.

주님 도와주시옵소서.

(시몬은 사도행전 8:20에 나오는 인물로 요즈음 말로 하면 투자자 혹은 투기꾼인 모양이다.

베드로가 가로되 네가 하나님의 선물을 돈 주고 살 줄로 생각하였으니 네 은과 네가 함께 망할지어다.’ 라고 하였으니까.)

 

 

 

1 라오디게아 유적지로 들어 가는 입구에서 사열하는 기둥들

 

2 복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대형 원형극장

 

3 라오디게아 교회 터에 남아 있는 십자가 음각

 

4 부러 졌으나 다시 이어 진 십자가 조각. 믿음은 이렇게 이어져 내려 오는 모양이다. 끈겼다가는 다시 이어지고....

 

5 라오디게아 교회 터에서 따거운 태양을 받으며 뜨뜨미지근한 믿음을 반추하는 순례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