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연재-토론토지역/이스라엘 여행기

와다람 순례기 5

천천히 chunchunhi 2008. 10. 13. 22:16

 

 와디람에 만들어 놓은 하나님의 조각

 

 사막에 세워진  호텔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거처하던 바위 굴

 

순례기 5

와다람

우리 말로 번역하면 건천, 즉 마른 시내라고나 할 수 있을까?

중동지역의  특유한 지질의 한 형태다.

보통 우리가 연상하는 사막하면 설탕가루 처럼 부드러운 모래가 구릉을 이루고 간간히 야자수가 살아 있는 오아시스가 그림처럼 펼쳐진 그런 사막을 말한다.  그런데 중동지역에는 이와는 조금 다른 사막이 존재하고 있다. 땅은 척박해서 거의 하얀 색에 가까운 황토색이나 그 바닥은 모래처럼 부드러운 것이 아니라 돌덩이 처럼 딱딱한 지형이다. 물론 군데 군데에는 밀가루 처럼 보드라운 모래로 구릉을 이루기도 하지만그 척박한 땅에도 가을 겨울의 우기 동안에는 파란 색을 가진 식물이 삐죽 얼굴을 내 밀어 조금은 퍼렇게 지면의 색을 바꾸기도 하나 건기가 되면 다 말라 다시 하얗고 빨간 흙덩이가 되고 마는 그런 지역을 여기 말로는 와디라고 한단다. 비가 오면 그 빗물이 땅으로 스며 드는 게 아니라낮은 곳으로흘러가며 내를 이루기에 때에 따라서는 큰 강이 되기도 하지만 금방 말라 그 바닥이 드러나는 곳, 이런 곳을 와디라고 한단다. 성경에서는 이를 광야라고 번역하였는데 사막보다는 훨씬 실감나는 번역인것 같다.

오늘 밤의 숙소는 이 와디 한 가운데 세워진 천막촌이다.

이 곳에서 광야를 체험하며 자는 것이 호텔에서 자는 것 보다 더 비싸단다. 비싸면 좋은 줄아는 우리들의 인식은 그 천막을 벤허라는 영화에 나오는 족장의 화려한 천막으로 연상하며, 기대하며 달리는 차창의 모습을 눈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곳을 향해 가는 동안 좀 특이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들이 군데 군데 보인다.

이들이 베드윈 족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베드윈 족'하면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사막 오아시스에서 거주하며 유목 생활을 하는 아랍 부족들을 말한다.

 

아브라함의 서자 이스마엘을 조상으로 여기는 이들은 주로 사막의 텐트 속에서 살고 있는데, 부유한 사람은 자가용을 가지고 있으며 자가발전기를 가져 천막 안에는 냉장고와 TV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홍길동의 활빈당 영채가 이랬을까? ㅎㅎㅎ)

나라에 세금을 내기는 커녕 오히려 나라에서 보조금을 받고 사는 베드윈, 국토방위의 의무도 없고 자식을 낳아도 학교에도 안보낸 채 자신들의 전통에 의해 교육하고 양육하는 베드윈, 그러니 시민권도 없단다. 가다가 천막을 치는 곳이 사는 집이요 사는 나라다.

정부에서 도시에다 집을 지어 주고 와서 살라고 하여도 잠시 와 살아 보고는 다시 사막으로 돌아가 양을 치며 떠 돌아 다니는 베드윈들.

  낙타 고기를 먹고 낙타나 양의 젖으로 치즈나 요구르트 등을 만들어 먹으며

 

 대추야자 열매를 비상식품으로 이용하는 등 놀라운 생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급자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다른 부족이나 도시와 무역을 해야

 

하고, 부족간 전쟁으로 길이 막힐 경우 약탈과 침략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라서 베드윈 족은 전투에 매우 뛰어나고 험난한 사막 생활에 잘 적응하는 용

 

감하고 강인한 부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훈련을 통해서 그들은 물이 있는 위치를 알아내는 뛰어난 감각을 갖게 되

 

었고 어떤 혹독한 기후 변화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되었다.

  

 

 베드윈 족들은 중간 정도의 키에 호리호리한 편이고 매부리 코를 하고 있으며

 

피부는 까무잡잡하다.

 

비가 오는 겨울철에는 사막 깊숙이 이동하고, 덥고 건조한 여름에는 물을 공급

 

받을 수 있는 오아시스 부근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오늘날 배드윈 족들에게 마

 

을은 임시 거처일 뿐이다.

 

사막에 사는 베드윈 족은 검은 천으로 된 헐렁한 옷을 입고 산다. 검은 옷을 입으면 흰 옷을 입을 때보다 옷 안의 온도가 6도 정도 높아진다고 한다. 이렇게 더워진 공기는 상승해서 헐렁한 옷의 윗 부분으로 빠져나가고 외부의 공기가 아래의 터진 자락으로 들어와 통하면서 몸을 식혀 준다고 하니 그 지혜가 놀랍다.

또한 이들은 사막의 무법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막을 지키는 순찰자이기도 하다. 거친 모래 바람을 막기 위해 긴 터어번을 입과 코까지 두르고 낙타를 타고 사막 한 가운데 우뚝 선 모습을 보고 있으면 거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본연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메마른 광야, 산기슭에 남루한 옷차림의 베두인 목자가 염소와 양 20여 마리를 몰고 간다. 돌과 흙먼지만의 언덕인데 도대체 이 목자는 어디서 이 가축들에게 풀을 먹인단 말인가? 참으로 열악한 환경인데, 가끔씩 이렇게 목자나 목녀가 양떼를 끌고 다니는 풍경이 창밖을 스치고 지나간다.

 

베드윈들은 평생에 두번 물로 목욕을 한다고 한다.

한번은 태어 날 때고 또 한번은 결혼할 때라고 한다. 그 나머지는 모래로 목욕을 한다니 그 방법이 참으로 궁금하다.

 

이런 설명을 들으며 사막 가운데 쳐진 처막촌에 다다르니 벌써 해가 뉘였뉘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다.

설명서에 보면 석양의 와디가 참으로 아름답다는 데 그만 그걸 놓친 모양이다.

설상가상으로 천막을 보는 순간 그동안 꾸어 왔던 꿈이 여지없이 부서졌다.

천막들이 마치 외인부대 야영막사처럼 쳐 있기는 한데 그 Quality가 영 말씀이 아니다. 옛날 애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Camping 을 할 때도 이것 보다는 훨씬 좋왔었는데….. 이젠 어디 돌아 갈 곳도 없다.

그래 하룻밤이니까자위하며 모래 먼지 속에 짐을 풀었다. 배도 고파오고….

저녁은 양고기란다. 굽는 것을 와서 보라기에 가 보았더니 모래 속에 Drum 통을 묻어 놓고 숯불을 피운 그 위에 양고기를 놓고 다시 모래를 덮어 놓은 것을 꺼꾸로 헤치는 중이다. 조심스레 모래를 제치고 꺼낸 양고기 냄새가 구수하다.

김태일목사님의 설명은 옛날 아브라함같은 부자 족장이 대우 받으며 살던 천막이 이 정도에도 못미쳤다며 우리 모두는 오늘 아주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란다.

그래, 목사님 말씀이니까 믿어야지….(그래도 속으론 이게 아닌데하는 불만을 좀 안은채…)

 

어둑컴컴한 막사 안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는 각자 텐트로 흩어 졌다.

사막의 밤에는 정말로 할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또 버스가 한 대 들어 오더니 많은 아랍 사람들을 내려 놓는다.

해가 져 완전히 어두워지자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가 어두운 사막의 하늘로 메아리 쳐 진다. 잠을 자기는 다 글른 모양이다. 나가 보니 아랍사람의 결혼식 피로연인 모양이다.

모닥불을 돌며 무리져 춤추는 모습은 우리의 강강수월레 비슷한 군무였다.은익은 영 생소한 리듬이지만….그 잔치를 멀리서 바라보며 그 젊은 부부에게 축복을 빌어 주었지. 앞으로 인종을 넘어, 종교를 넘어 평화와 행복을 구가 하는 씨앗으로의 가정이 되어지기를…..

밤 하늘에 별들이 총총이다. 별자리는 모르지만 저마다 다 어떤 사연을 안고 있는 듯한 별들의 속삭임인양 반짝임들 속에 흘러 소멸되는 유성도 간간히 보이고….

어둠속에 서있는 어깨가 시려 온다. 사막의 밤은 이렇게 추운 것인가보다.

옷을 두텁게 껴 입은 채로 침대에 누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어느새 잠이 든 모양이다. 그래 사람은 자지 않고는 못사니까 허허허

찬란히 떠 오르는 태양에 온 천지가 훤하다. 햇빛을 받아 빨갛게 빛나는 기암괴석들……그 사이로 펼쳐진 황량한 사막,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에 사막 사파리란다.. 야호! 4바이4 차가 3대 도착했다. 서로 나누어 타곤 길 없는 사막을 달린다. 우리에게는 길이 없겠지만 아마도 그네들에겐 길이 있는 모양이다. 모래 언덕에 처음 내려서 눈이 볼 수 없도록 넓게 펼쳐진 광야, 그 가운데 우뚝 솟은 우람한 바위산들을 보았다. 이 무인지경을 과히 오래지 않은 옛날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라는 영국의 장교가 누볐단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라고 오마샤리프가 주연한 영화의 장면들이 아물아물 되새겨 진다. 요번에 돌아가면 다시 한번 보아야지.

기암들을 보며 저마다 이름을 붙인다. 어떤 돌은 부부싸움한 후 서로 등돌리고 있는 것 같다기에 그렇게 보니 정말 딱이다.

어떤 돌은 크루즈 쉽 같다기에 그렇게 보니 그 또한 딱이다. 어쩜 그렇게도 이름을 잘 붙이는지…..

로렌스가 살았었다는 동굴에도 들어가 보고, 어느 옛날인지는 모르지만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바위에 그려 놓은 벽화도 보고…. 차 뒤로 뽀얗게 이는 모래 먼지를 보며 버스로 돌아 왔을 때엔 어제 밤에 일었던 불평은 그 자취를 볼 수도 없이 다 사라지고 그 사막의 아름답고 장엄한 정경만이 우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불평을 할 만도 하고, 또 그 불평을 무색케 할만하기도 한, 참으로 귀한 경험이었다.

허나 베드윈이 될 수 없는 우리이기에 또 떠나야지.

다음 기착지를 위해서

영화에서 로렌스가 외치듯아 "가자 아카바로!" 우리의 다음 행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