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06 Great Sand Dunes NP 모래언덕 Colorado
돌아 다녀 볼수록 미국은 참 축복 받은 땅인 것 같다.
우선 그 크기부터가 엄청나서 한 나라 안에 북극권에서부터 적도 근방, 열대 권까지 다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비록 사들이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였지만 이 넓은 땅 덩어리를 빈틈없는 도로망으로 연결하여 놓고 온 국민이 아니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와서 구경하며 감탄하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국력 또한 대단하기에 비록 욕들을 먹는다고는 하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의 정치가 “정객” 수준이 아니라 “정치가”인 것 같다.
흔히 사막이라 함은 풀 포기 하나 없는 모래땅에 가끔 오아시스 주변에 생겨난 푸른 나무들 몇 그루가 있는 모래 땅을 연상한다.
비가 오래 안 와 그 위의 모든 식물들이 다 죽으면 사막으로 변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 법칙의 사막이니까.
이런 사막이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아리조나 주에는 많이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넓은 사막이 수명을 다 한 비행기들의 노천무덤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린 가끔 이해하기 힘든 신기한 자연과도 접하게 된다.
캐나다에서 내려온 북미대륙의 등뼈 록키산맥은 몇 줄기로 갈라졌다 합쳐졌다 하면서 남부로 내려와 콜로라도 남쪽에서 다시 두 줄기로 갈라지면서 그 중간에 넓고 평탄한 평야지대를 만들었다. 샌 루이스 밸리 (San Luis Valley) 라고 불리는 이 분지의 동쪽 구석에 높고 푸른 록키산맥을 배경으로 “이건 도대체 어떻게 여기에 생긴 걸까?” 싶은 사막이 있다.
그레이트 샌드 듄(Great Sand Dunes) 국립공원이다.
Great Sand Dunes이라는 이름만 보면 사막이라기 보단 자그마한 모래 언덕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래 둔덕 같지만 두 산이 마주하는 넓은 샌 루이스 밸리(San Luis Valley) 분지에 길이가 7 마일이요 너비가 5마일이나 되도록 바람이 쌓아 올린 높이가 755피트, 즉 230미터나 되는 북미주에서는 제일 높은 규모이고 보니 막상 걸어 들어가기가 두렵도록 큰 모래 산이다. 이만 하면 사막의 황량함을 느끼기엔 충분한 곳이지 않겠는가!
샌 루이스 밸리(San Luis Valley) 자체가 해발 7,500피트 높이에 있는 대 평원으로 남쪽으로는 뉴 멕시코까지 이어져 있는 광활한 평지이기에 몬테 비스타(Monte Vista) 와 사구아촤( Saguache)를 잇는 CO 285번 도로는 36 mile을 한번도 구부러지는 구비도 없고 높고 낮은 기복도 없는 일직선으로 만들어진 미국에서 제일 긴 직선도로가 되었다.
결국 드넓은 평원의 끝자락이 록키산맥의 남단과 만나는 곳에 평원에서 불어 오는 바람과 14,000 피트가 넘는 Sangre de Cristo mountains에서 흘러 내리는 물과 산바람이 만들어 놓은 자연의 걸작품인 그레이트 샌드 듄(Great Sand Dunes) 국립공원인 것이다.
추정하기는 약 440,000년이 걸리었을 것이라는 학자들의 의견이지만 사실 아무도 얼마나 걸려 만들어 졌는지는 모른다. 아니 지금도 만들어 지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쉬지 않고 불어오는 강한 바람과 산에서 눈이 녹은 물들이 여름이면 계속 흘러 내리면서 모래를 날라 오니까.
시간이 얼마 지난 후에 다시 방문해보면 그레이트 샌드 듄은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들을 반길 것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저 모래언덕을 오르내리며 움푹 파인 발자국을 만들어 놓는다 하여도 바람 한 번 불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니까.
자연 앞에 인간은 미약한 존재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약한 존재들인 사람이 모인 과학계에서는 아직도 탄생 설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지만 사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다는 탄생 설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모습에 더 쉽게 매료되기 마련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모래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될 수 있다는 사실에 넋을 놓고 셔터를 눌러댄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해와 구름이 연출하는 거대한 모래언덕 봉우리가 양지와 음지의 음영을 이용해 볼륨 있고 부드러운 곡선의 풍광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아름다운 여인의 속 살을 본 것처럼 황홀경에 빠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
멀리 그 곡선을 오르는 사람들이 점점이 박힌 사막과 산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이곳에서 건너자니 깊지는 않더라도 너무 넓은 강이 가로 막고 있고, 그 너머 멀리 보이는 모래 언덕은 지천에 있는 것 같은데 막상 걸어 올라갔다가 내려 오려면 서너 시간은 족히 잡아야 한단다. 허기사 십 리 길이 넘는 모래 언덕을 오르내리는 일이니 말이다.
해는 중천에 있어 앞으로 갈 길을 생각하라고 하기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망원렌즈로 멀리 사막의 언덕을 기어 올라가는 부러운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삼켜야만 하였다.
눈 앞에 있으면서도 잡을 수가 없는 그 부드러운 곡선을 생각하며 옛날에 본 영화, “사막은 살아 있다!”를 떠 올려 보았다.
사막은 살아 있는데….
황량한 이 곳에서는 미국 어디에서도 열리도록 준비하여 가지고 온 전화도 안 열리고, 하나 있는 공중전화는 그 앞에서 신경질이 난 사람들이 많아서였는지 테이프가 붙은 채로 잘 연결이 안 된다.
사무실에 들어 가니 공원 입구에 있는 가게에 가서 전화를 빌려 보란다.
어떻게 남의 영업하는 전화를 빌려 여기 저기 전화를 하며 모텔을 예약하지? 그 또한 장거리 전화일 텐데…. 또 난감해 졌다.
산에서 흘러 내리는 냇물 가에서 점심을 끓여 먹고 또 빨리 움직여야 하나보다.
아쉬움 속에 한참을 모래 둔덕을 걸어 올라가기도 하고 미끄러져 내려 오기도 하는 점점이 박힌 사람들을 바라 보다가 저녁에 이슬을 피할 곳을 찾아 또 다시 미친 말이 되었다. 벌써 2틀 째네….
그래도 제법 준비를 한다 고 한 여행인데….
미국에도 이렇게 전화가 안 터지는 곳이 많을 줄이야…. 동부와 서부의 차이가 너무 난다.
이곳에 처음으로 토착민이 아닌 백인이 들어선 것은 16세기 초 소위 정복자로 나타난 스페인 병사들이었지만 1807년 당시 미 육군 대위 파이크(Pike)가 처음으로 이곳을 답사, 정식으로 기록을 남기고 세상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전에는 이 지역에서 수렵을 하는 아파치, 코만치, 유트 등의 인디언부족들이 살았을 뿐이었단다.
모래언덕을 나와 다음 행선지로 가며 넘은 Monarch Pass 11,317ft 3,429 미터나 되는 재마루에서 본 구름.
아마 구름도 쉬어 가려던 모양이다. 추풍령 고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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