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신들의 정원 (Garden of Gods)
Crazy Horse에서 빠져 나와 간단히 점심을 먹고는 정말 미친 말처럼 남쪽으로 달려 내려왔다.
Wyoming주를 거쳐 Colorado 주에 들어서면 있을 Welcome Center에서 덴버 근처의 모텔을 찾을 요량이었으니까.
그 동안 동부 쪽에서 여러 차례 겨울에 남쪽으로 다니면서, 심지어 최남단의 Key West까지 다녀 오는 동안에도 늘 점심을 먹고는 저녁에 잠잘 곳까지 갈 수 있는 시간대에 있는 모텔을 예약하고는 다니었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점심시간에 전화를 할 수가 없는 지역이 되고 말았었다. 미국에도 이런 지역이 있다니……
시간으로 보면 5시에서 5시 30분 사이에 Colorado 주 경계를 넘을 것 같았다.
그러니 주위 경치를 보며 속도는 잡히지 않을 만큼 위반하며 달리는 미친 말이 될 수 밖에….
그런데…… 주 경계를 넘어도 나와야 할 Welcome Center 가 나오지를 않는다.
한참을 달리니 60 miles 남방에 나온다나? 미국을 여행하면서 여태껏 없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시간은 벌써 5시15분이 되었고….
그래, 또 달리자!
막 도착을 하니 한 여행객이 주차장으로 나오면서 이제 막 문을 닫았단다. 차를 세우고 달려 갔을 때에는 벌서 불을 끈 후!
더도 아니고 3분이 늦었던 거다. 오호 통재라!
할 수 없이 근처에서 저녁을 먹으며 가지고 있던 CAA Book 에서 모텔을 찾기 시작하였다.
“너무 후진 데에 가면 서글프다”고 하고, “너무 비싼 곳에 가면 몇 시간 잘 것에 너무 억울하다”고 하는 사모님의 조건에 맞는 곳을 찾아야 한다. 위치는 덴버와 코로라도 스프링의 중간이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여러 곳에 전화를 하였지만 다 방이 없단다.
아뿔싸! 지금은 여름, 성수기가 아닌가! 찾다 찾다 결국은 코로라도 스프링외곽에서 한 곳을 찾아 예약을 하곤 저녁을 마저 먹고 또 미친 말이 되었다. 착실히 2시간 정도의 거리이니까. 그 때까지도 여름의 태양은 그리 많이 기울지는 않았으니까 잘 하면 어슴프레 할 때에 도착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난 것이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덴버에 가까이 갔을 때, 하늘이 시커매지면서 천둥 번개에 무섭게 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
아직 운전을 하면서 이렇게 세차게 오는 비를 맞아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차들은 기어 다니고, 하이웨이는 미처 못 빠지는 물에 웅덩이를 만들고, 생판 처음 오는 도시를 통과하는 길은 왜 또 그리도 꼬불꼬불한지…… 천둥에 놀라서인지 가로등마저 안 들어와 사인이 잘 안보이니 GPS가 오직 가이드인 셈이다.
덴버를 빠져 나와 코로라도 스프링으로 가는 길에는 또 웬 수리가 그렇게나 많은지…
도로를 막아 놓은 Orange and white barrels 에 반사되는 불빛이 획획 눈 앞에서 지나 가면 저 앞이 잘 안 보이고…
억수 같은 비를 뚫고 달리는 트럭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갈 길이 바쁘니 패스를 해야 하는데 길은 시도 때도 없이 좁아지는 외길!
8시 30분에는 도착 하여야 할 모텔에 10시가 넘어 도착하였다. 그제서야 비가 멈춘다.
Colorado 주가 신고식을 참으로 힘들게 해 준 저녁이었다. 이제 걱정은 “내일은 개여야 하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감사하게도 청명한 하늘이다.
모텔에서 아침을 먹고는 다시 어제 빗속에 달려 온 길을 되돌아 북상하여 “신들의 정원”으로 향하였다. 어제 밤, 그렇게도 힘 들게 달려 온 길을 이 아침에는 맑은 날씨에 콧노래를 부르며 달려 올라가고 있으니, 참 사람의 일이란 알고도 모를 것 인가보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10여분 밖에는 안 떨어 진 곳에 위치한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은 붉은 사암(Red Rock) 지층의 일부로서 태곳적, 바다 밑에 있었던 모래바위가 융기한 뒤 풍화작용에 의하여 기묘한 형상으로 변화한 독특한 지형으로 미국 내에서도 중요한 자연지역이다
서부 개척시대에 철도사업으로 부를 모은 챨스 엘리어트 퍼킨스(Charles Elliot Perkins)이란 사람이 소유 하였던 이 지역을 1909년에 시에 기증하며 이 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기를 원하였단다. 그래서 지금도 입장료가 없는데도 관리도 잘 하고, 또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따지고 보면 원래 인디언 원주민들이 지내던 곳을 골드 러쉬로 밀려든 미국인들이 빼앗아 차지한 곳이었지만 그래도 멋진 신사 Charles에 의해서 잘 보존 되다가 이제는 모든 방문객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기에 인디언들과 먼 조상에서 과히 멀지 않은 한국사람인 나 또한 여기까지 온 셈이다.
어제 밤의 그 심한 뇌성벽력과 폭우에 말끔히 씻긴 파란 하늘에 우뚝 솟은 붉은 바위들. 이름처럼 정말 신들이 한가로이 거닐었을 것 같은 여러 모습의 돌들이 마치 다른 세계나 행성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할 정도였다.
이 찬란한 아침! 신의 정원에서 신들처럼 거닐어 보게 하기 위하여 어제 밤에는 그리도 천둥 번개가 요란 하였었나 보다.
역시 신은 그냥 쉽게 만나 볼 수 없는 존재인가 보다.
이곳에는 하이킹을 위하여 많은 트레일을 만들어 놓았는데 포장된 곳과 비 포장된 곳에서 하이킹, 산책, 등반, 자전거타기, 말 타기, 로드바이킹 등을 할 수 있으며 깎아지른 바위에 암벽 등반을 하려는 사람들은 방문객 안내소에서 먼저 등록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이 이용자 편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늘의 일정을 감안하며, 그리고 부실한 다리의 상황도 고려하며 신들의 정원을 신들과 함께 거니는 기분은 "깊이 못 들어감에 아쉬우면서도 상쾌"하였다.
눈에 보이는 땅과 하늘이 모두 다 새롭고, 청명하고 화창하였으니까.
자! 이제 신들의 정원에서 바삐 돌며 돌과 나무들을 보며 거닐어 보았으니 또 다른 신의 창조인 황량한 모래 언덕으로 가 보자.
신 들이 산책하며, 담소하며, "인간세상을 어떻게 운영할까?"를 구상하는 곳은 아마도 이렇게 생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 이름에 완전히 승복 할 수는 없는 곳이지만 경치와 운치는 참으로 좋은 곳이었다.
어제 밤의 그 심한 폭우 후에 맑게 개인 하늘에 붉은 사암이 더 붉게 보이는 상쾌한 아침이니까...
"신들의 정원"이라고 하였는데.... 어떤 신들일까?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신들이 워낙 많으니.....
각 바위들마다 다 이름이 붙어 있다. 그런데 신들의 이름은 하나도 없다,
멀리 보이는 록키산 정상에는 7월 중순인 아직까지도 눈이 덮여 있고...
Kiss하는 낙타란다.
바위 위에서 해바라기 하는 새들
혼자서 저 바위를 기어 올라가는 사람은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
도전? 성취?
누구는 "어차피 내려 와야만 할 것을 왜 그리 힘들여서 위험을 자초하며 올라가는가?" 라고 물었다는데....
40년 전에 나는 어떻게 대답하였더라...? ㅎㅎㅎ
신들의 정원에서 바라 본 앞 산.
저기는 아마도 "신들의 정원"에 초대 받지 못한 신들이 쉬어가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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