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돈키호테의 세상 - 라만차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많이 들어 온 말, "사람의 성격을 둘로 나눌 수 있는데 그 하나는 돈키호테형이고 다른 하나는 햄릿형이다."
한 사람은 소설 속의 인물로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연극 속의 인물로 생각이 많아 주저하다 보니 생각을 행동으로 이끌어 낼 수 없는 사람이라고....
그들이 처한 배경이나 상황이 보릿고개를 허덕이던 시절의 사춘기 소년인 나에게는 그리 큰 감명을 주는 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것멋이 들어 햄릿형이 어떻고, 돈키호테가 어떻고 하며 떠들어 대던 생각이 어슴프레 떠올라 헛우음을 짓게 한다.
한국에서 제대로 완역이 된 것이 내가 한국을 떠나고도 한참 후인 1973년의 일이라고 하니 사실 그 당시 우리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원본하고는 거리가 먼, 그나마도 일본말로 번역된 것을 다시 번역한 문고판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기억이 흐릿해 질 만큼의 세월이 흐른 후인 2013년에 와서야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무대인 '엘 시노어성'을 코펜하겐 근교의 헬싱괴르 항에서 먼발치로 보며 "To be or not to be…" 주절거려 보았었고, 이제 2014년, 다른 한사람, 돈키호테가 장창을 꼬나들고 거인에게로 돌진하였던 스페인의 라만차 지방의 콘수에그라에 온 것이다.
넓은 대지 위에 작열하던 태양도 그 광채에서 힘이 빠지는 듯한 늦은 오후, 밀밭들로 둘러 싸인 분지 안의 작은 언덕 위에는 여러개의 풍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콘수에그라 언덕에는 고성과 함께 돈키호테의 풍차라는 이름으로 뼈대만 남은 풍차들이 바람을 잡으려 애쓰는 듯 아직도 남아 있어, 고즈녁한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아련한 감회에 젖게 만든다. 좀 멋진 말로 하면 "나그네의 시심(詩心)을 자극한다."
까스띨랴 라만차 지역, 언덕 위의 풍차와 고성
12세기에 지은 "우나 까스띨랴"성이다.
1813년 내전 때 파괴됐다가 1985년 복원했단다.
동양에서는 삼국지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고 하는데 이 곳 서양에서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자리를 요즈음에 와서는 해리 포터에게 빼았겼다나…?
자! 돈키호테가 쪼랑말을 타고 먼지를 날리며 달리던 라만차 지방을 함께 달려 보자.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 나오는 풍차가 있는 이 마을에는 아직도 11기의 풍차가 있는데 각 풍차마다 이름이 붙어 있다. 그리고 풍차들이 있는 언덕에 자그마한 성이 있는데 "우나 까스띨랴"라는 성이다. 그래서 지역을 "콘수에그라"라는 지명보다도 "까스띨랴 라만차" 지역이라 부른다.
풍차의 날개는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언덕 위로 불어 올라 온 바람을 아무 저항없이 통과시키며 지는 저녁해를 받고 있었다. 그러니 물론 돌지 않지. 여기에 천을 입히면 바람을 맞아 지금도 돌아간단다. 돈키호테는 이 풍차를 거인으로 여기고 창을 들고 돌진 했다지….아마도 그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를 못한 모양이다.
언덕 아래 꼰수에그라 마을에는 돈키호테가 성으로 착각하고 엉터리 기사 작위를 받았다는 객주집이 있다. 이 객주집이 세르반테스가 묵었던 여관이 었고, 이 여관에 세르반테스의 분신이랄 수 있는 돈키호테가 묵었었단다. 책 속에서….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해 식당도 있고, 작은 마당 한켠에는 삐꺽 마른 돈키호테 모양이 쇠로 만들어 져 있으며, 2층으로 올라가면 작으마한 돈키호테 박물관이 있어 소설들의 인쇄본들과 삽화들이 유리 속에 진열 되어 있지만 2층까지 올라와 찿는 사람이 거의 없어 나 혼자만의 넓은 공간이 되고 말았다.
타일에 쓰고 그린 '돈키호테' 한 구절이 객주집 식당 입구에 붙어 있다.
'돈키호테는 이곳에서 묵고 나서 투구와 갑옷 차림으로 만족스럽게 걸어 나왔다.'
돈키호테/ 저기 저 기다란 팔뚝을 자랑하는 거인들이 보이지 않느냐? 어떤 놈은 팔 길이가 10m 넘는 놈도 있는데...
산초/ 아닌데요, 나리. 저기 보이는 건 거인들이 아니라 풍차인뎁쇼.팔뚝처럼 보이는 건 풍차 날개고요.
돈키호테/ 자네는 모험이라는 것을 통 모르는 모양이구먼. 저건 거인이야.정 겁이 나면 저만치 물러나서 기도나 하라고.
그동안 나는 저놈들과 여태껏 보지 못한 맹렬한 싸움을 벌일 테니까.
풍차를 기사의 적, 거인이라고 생각한 돈키호테가 늙은 나귀 로시난테를 탄 채 창을 치켜들고 풍차로 돌진했다. 돈키호테는 세차게 돌아가는 날개에 휘말려 로시난테와 함께 하늘 높이 떠올랐다가 들판에 나뒹굴고 만다.
"팔 길이가 10 미터도 넘는" 것으로 풍자 된 풍차들은 모두 옷을 벗은 채 그 앙상한 가지 사이로 바람을 흘려 보내고 있었다.
돈키호테는 어떤 인물일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베드라(Miguel de Cervantes Savedra 1547-1616)에 의하여 창조된 인물로 세계 최초의 근대 소설이자 에스파냐의 국민문학이며 세계의 고전 중 하나의 주인공이다.
총 2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편은 1605년에 발표되었고, 후편은 1615년에 발표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세르반테스는 그 이듬해에 사망하였다.
전편의 제목은재치있는 이달고, 라 만차의 돈 키호테(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 후편의 제목은라 만차의 재치있는 기사, 돈 키호테의 2부(Segunda parte del ingenioso cavallero Don Quixote de la Mancha).
자칭 기사 돈키호데 데 라 만차와 애마 로시난테, 그리고 순진한 산초 판자(Sancho Panza )의 무모하기까지 한 모험담이다.
세르반테스의 처음 의도는 그가 기록하였듯이 "그 당시 에스파냐에 크게 유행하였던 기사도 이야기의 권위와 인기를 풍자하기 위해서" 였지만 써 나가는 동안, 처음의 의도한 바를 잊고 주인공 돈키호테와 종자인 산쵸 판자의 성격을 창조한다는 새로운 주제에 열중하여 드디어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대작이 되어 결국 에스파냐의 국민작가로 추앙받게 된 것 같다.
이야기의 전개는 기사소설에 탐닉하다가 정신을 잃어 기사가 되겠다고 나선 한 엄숙한 미치광이와 순박하고 단순한 그의 종자가 만들어 내는 인간 최대의 희극이자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생여정이기에 돈키호테와 산초가 격는 모험은 웃음을 자아 내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을 쏟아 낼 수 밖에 없는 사연들의 연속이지만 여기서는 이정도로 넘어가기로 하자.
2002년 노르웨이 노벨연구소가 54개 나라 유명 작가 100명에게 설문을 돌렸단다.
문학 사상 최고이자 가장 중요한 작품을 열 편씩 골라달라고….
그렇게 해서 가장 위대한 작품 100편을 선정했지만 일일이 순위를 밝히지 않은 채 노벨연구소는 그 중에 최고 작품만 공개하였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였다. (서양이니까… 이네들이 삼국지를 알겠는가….!)
돈키호테 박물관 정원에 서 있는 철인 돈키호테. 이 곳에는 이상하게 판쵸의 모형이 없다.돈키호테가 성으로 착각하고 엉터리 기사 작위를 받았다는 객주집이다.
산초 판자(Sancho Panza )
키가 작고 배불뚝이 농부인 그는 촌스러운 취향, 상식, 저속한 위트로 상전의 정신 나간 이상주의를 좌절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는 상황에 꼭 들어맞는 많은 속담을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르반테스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을 탐구하기 위해 이 두 인물간의 심리적 갈등을 이용했으며 이 소설의 서술 전개의 많은 부분이 두 인물간의 개인적 관계에 기초를 두고 있다.(다음백과사전에서)
박물관 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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