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플라멩코 - 집시들의 한풀이
빨간 몸통에 다리가 긴 새가 아니라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집시(gypsy)들의 춤과 음악을 플라멩코라고 한다.
"플라멩코"의 어원(語源)은 아라비아어인 "felag"(농부)나 "menage"(도망자 또는 피난민)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이라 하며,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안달루시아의 집시"를 지칭하는 단어로 쓰여 지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전 유럽으로 흩어져 유랑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요즈음 유럽을 여행한다고 하면 여행사에서부터 현지의 로칼 가이드까지 거듭 주는 주의가 "소매치기 조심"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많은 소매치기들의 대부분이 집시이기에 이제는 "집시"하면 "소매치기"의 대명사처럼 되었지만 그네들의 삶도 조금 더 깊이 드려다 보면 고향을 떠나 이역에서 정착하지 못한 채 이리 저리 치이며 유랑해야만 하는 처량한 삶이고 보면 어찌 한이 없겠는가?
그네들의 플라멩코를 보노라면 우리네 춤 중에서도 "한풀이" 혹은 "살풀이"를 보는 느낌이 들게 된다. 우리의 가락과 몸 놀림이 좀 정적이라면 이네들의 움직임은 조금 더 격열한 몸부림에 가깝다고나 할까?
비장감을 자아내는 플라멩코를 알기 위해서 이런 음악으로 외로움과 시름과 괴로움을 달래야만 하였던 집시들을 조금 알아보기로 하자.
인도의 북부지방(지금은 'Sind'라는 파키스탄의 영토)에 살던 사람들이 외침을 받아 삶의 터전을 빼앗기자 고향을 떠난 실향민들이 처음 정착한 곳은 이집트의 'Giptanos'라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정착을 할 수 없었던 이네들은 유럽 쪽으로 흘러 들어가 지금의 체코슬로바키아 지방으로까지 왔으나 소수의 힘없는 부족인 그들을 어디에서도 반기는 곳이 없음을 스스로 깨닫고 다시 세 부류로 나뉘어 유럽의 각지로 흩어지게 된다. 유럽에서는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이리 저리 떠돌아 다니는 이네들을 "보헤미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 중 한 부류인 집시가 스페인 남부에 정착한 것은 1447년의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단다.
인도 Maharata 지방의 사투리를 사용하며, 이곳에서도 한 곳에 정착을 못하며 유랑하던 이들은 자신들을 "Ruma-Calk(평원의 도망자)"라고 부르며 아무 곳에서나 움막에 거하다가는 마차에 가재도구를 싣고 또 다른 곳으로 계속 유랑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생활이다 보니 자연히 남이 안 볼 때 남의 것을 슬쩍 하고는 다른 지방으로 가고….
그러다 들판에서 밤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둘러 앉아 애환을 달래기 위하여 부르는 노래요, 외로움을 털어 버리려는 몸짓이 춤으로 되었으니 그 음률과 동작에서 배어나오는 비장감이 절실할 수밖에….
그러다 스페인에 와서 안달루시아인, 아랍인들과 유대계 스페인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그네들의 토속 민요와 섞어 부르는 노래와 춤으로 발전을 한 것이 플라멩코인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거기에 덧붙여 비잔틴과 인도의 종교적 성가(聖歌)를 근원으로 보기도 한다.
플라멩코의 본질은 보통 기타 음악과 즉흥 춤을 수반하는 칸테(cante : 노래)이다.
음악과 춤은 다음의 세 범주로 나뉜다. 심오하거나 장중한 플라멩코는 짙은 비장감을 동반하며 죽음·번뇌·절망·종교 등을 다룬다. 중간조의 플라멩코는 덜 심오하나 역시 감동적이며 음악에 동양적 색조가 가미되는 경우가 많다. 경쾌한 플라멩코는 사랑·시골·즐거움을 소재로 한다. 이런 칸테의 종류는 독특한 리듬과 화음 구조로 구별된단다.
대 도시 세비야에서는 플라멩코를 가르쳐 주는 학교에서 무용을 배운 무희들이 대형 극장의 큰 무대에서 화려한 색채의 옷을 입고 추는 군무를 현란한 조명 속에 관람을 할 수 있다지만 그라나다에서는 주로 소극장 형태의 작은 무대에서 몇 안 되는 악사와 가수의 한 서린 창에 따라 가계에서 대를 물려 전수 받은, 조금은 덜 세련된, 그러나 조금 더 애절하고 비장한 느낌의 플라멩코를 바로 1미터도 안 떨어 진 근접거리에서 그네들의 발장단에 피어오르는 먼지를 마셔가며 그네들과 동화되어 관람할 수가 있었다.
구전되어 내려 오던 음율이 최초로 악보로 기록된 것은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데, 19세기말에들어 그 형식이 확립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플라멩코는 그 시초로부터 일상의 즉흥적 실제 연주로 말미암아 확립된 음악이기에 노래를 하는 사람이나 그에 맞추어 춤을 추는 사람이나 그 순간의 감흥에 겨워 부르는 노래요, 추는 춤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플라멩코는 처음에는 노래와 손뼉 치기(박수; palmas)가 주요 연주수단이었고, 기타는 그 이후에 추가되었으며,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발 구르기는 19세기에 와서 시작된 것이란다.
연주하는 형식도 천차만별이어서 춤 또는 노래만으로 이루어진 형식도 있으며, 여러 명의 무희와 다함께 하는 형식도 있으며 여럿이 노래만으로 연주하는 '아카펠라' 같은 형식도 있어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왔다. 현대 플라멩코에는 베이스 기타(보통 음쇠가 없는 것이 사용됨)와 "cajon"이라는 북처럼 생긴 눕혀놓고 올라앉아 연주하는 타악기(정해진 음정도 없을뿐더러 조율도 불가능한 북으로 페루의 민속 악기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빠코 데 루시아'가 플라멩코에 처음 도입했다고 함) 등의 악기가 추가되었다. 최근에는 플룻, 섹소폰 외에도 많은 종류의 타악기도 연주에 사용되며, 종종 오케스트라에서 사용하는 현악기는 물론 희귀한 악기인 citar(중동의 현악기) darbuka, djembe(인도의 타악기), 봉고, conga(남아메리카의 타악기)같은 악기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는 통기타, 전자기타, 신디사이저(전자합성음 건반악기)나 드럼이 등장하기도 한다.
손 놀림이 우리의 춤사위와 무척 닮았다.
얼굴의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되는 울분
애절함
발장단의 템포와 강약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무릎병이 많단다.
가끔은 이렇게 결혼식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표정은 참 우울하다,
아라비아의 전통이 있음을 알리려는지…빠지지 않는 밸리댄스.
몇 안되는 악사와 몇 안되는 무희들이 한시간 넘어 춤사위를 펼치는 작은 무대.
1열 관중석에서는 무대가 무릎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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