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나스르궁전 2 아라야네스 정원
메수아르궁을 돌아 코마레스궁에 있는 대사의 방을 빠져 나오면 나스르궁전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코마레스 궁의 안뜰인 "아라야네스 정원(Patio de Arrayanes)"이 나온다.
가운데엔 이슬람 건축물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연못이 자리잡고 있다.
알람브라궁 안에서도 큰 연못에 해당하는 직사각형의 연못 주변에 천상의 꽃이라는 "아라야네스"가 심어져 있어 이렇게 불리는데 아직은 꽃이 필 때가 아니어서인지 그 천상의 꽃은 볼수 없고, 하늘과 궁전이 반사되어 천상과 지상을 합쳐 주는듯 항홀한 정경을 만들어 준다.
어떤 안내서에서는 인도의 유명한 타지마할도 여기에서 착상을 하였다고 하는데…. 허긴 이 곳보다 약 300년 늦게 지어진 타지마할이고 보면 그동안 누군가가 와서 보고 차용하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직 타지마할을 직접 보지 못하였고, 그 건축에 얽힌 이야기조차 생소한 나에게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축가들의 정점이 어쩌면 서로 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더 앞선다.
고여 있는 듯 잔잔한 수면에 시간에 따라 변하는 코마레스궁과 그 대칭에 있는 코마레스탑의 반영이 보는 사람의 넋을 앗아가지만 실은 항상 흘러 움직이는 이 물이 궁전 곳곳을 돌면서 한여름 열기를 식히고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정화한다고 한다.
발코니 뒤로 이 아름다운 정원의 스카이라인을 망치는 건물이 "알람브라의 옥의 티"라고 하는 카를로스 5세의 별 볼품없는 궁전 지붕이다.
이 건물 왼쪽으로 들어가면 4명의 왕후와 후궁들의 거처가 있는 사자의 중정(Patio de los Leones)으로 연결이 된다.
아라야네스 정원과 코마레스 궁 정면
코마레스궁 정면에서 본 코마레스탑.
정확히 좌우대칭인 아라야네스정원의 다른 쪽에서 보는 코마레스 탑과 그 반영이다.
아라야네스를 양쪽에 두고 직사각형의 수로를 만들어 보는 곳에 따라서 서로 다른 반영이 수면에 나타나게 설계되었다. 거대한 연못에 비치는 그 반영이 너무 아름다워 "그라나다는 물 위에 궁전을 지었다"는 격찬을 받는다.
라이온궁 중정에 12사자가 받치고 있는 분수반이 있어 물줄기를 품어내지만, 내가 갔을 때에는 분수 대신에 사자의 입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옛날에는 어느 입에서 물이 나오는가가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구실을 하였다고 한다.
다른 정교한 몰딩 조각에 비해 사자상의 조각은 수준미달인것 같은 느낌이 드나,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조각하지 않는 이슬람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돌아가면서 지어진 왕족들, 특히 후궁들의 방 가운데 정원에 사자상이 있다는 것이 좀 의외였다.
허긴 솔로몬의 궁전에도 안채에는 그 많은 부인들이 들고 온 이방신상들이 있었다니까….
부인이 하겠다는 것을 어느 남자가 막을 수 있겠는가? ㅎㅎㅎ
사자의 중정을 에워싸는 몇 개의 방과 시설은 왕의 사적 공간, 즉 왕 이외의 남자들은 출입이 금지된 할렘이다. 알람브라의 내전인 셈이다.
중정은 124개의 대리석 기둥으로 에워싸여 있으며, 기둥 머리를 아치로 연결한 모든 벽면에는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만들었을 것 같지 않은 정교하고 유려한 석회 세공이 빈틈없이 입혀져 있다.
124개의 기둥마다에 새겨진 조각들의 문양이 유럽의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하고 여성적인 셈세함의 느낌을 준다.
궁 안으로 들어가면 위를 쳐다보면 또한번 놀라게 된다.
정교한 모카라베(Mocarabes) 양식의 천정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벤세라헤스의 방"의 별 모양의 현란한 천정.
사자분수 주변의 방들 중에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아벤세라헤스의 방"과 "두자매의 방"이 있다.
그런데 이 방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아벤세라헤스"는 그라나다의 왕 보아브딜과 대립했던 강력한 북아프리카 왕족의 이름인데 이 가문의 한 젊은이가 보아브딜의 후궁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이 사실을 안 왕이 연회를 핑계로 아벤세라헤스가문의 젊은이 36명을 이방으로 불러, 연회중에 모두 다 참수하였다는 슬픈 이야기이다. 순식간에 그 아름다운 방은 피로 물들었고 그 핏물이 정원의 사자 입으로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벌집형상의 그 천정은 정말로 현란하여 보는이의 넋을 놓게 만들어 졌다.
두 자매의 방의 8각형 천정모습.
두 자매는 두 여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두개의 똑같은 대리석이 있어 붙여진 왕비의 방이다.
왕비의 무릎을 베고 누워 달콤한 이야기를 들으며 별이 쏫아지는 듯한 저 천정을 바라 보는 왕의 기분은 어떠하였을까?
라이온분수를 중심으로 주위로 만들어진 많은 방들마다 가득찬 이슬람 조각의 최고봉을 보여주는 정교한 모카라베(Mocarabes) 양식의 천정을 보노라니 그 옛날의 시간 속으로 공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천일야화", 즉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들이.......
모카라베(Mocarabes) 양식:이슬람 전승에 의하면 마호멧(Mahomet)이 추격자들을 피해 광야로 도망다니다 히라(Hira)라는 동굴에 숨어 있을 때 가브리엘천사로부터 코란을 받았다고 한다. 이 동굴의 천정에 많은 종유석들이 천사의 광채에 빛났었다고 하여 후일 이슬람성지가 되었는데 여기에서 종유석 모양을 벌집형태로 만들어 천정을 장식하는 방법을 모카라베양식이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혼동을 정리하자.
83회에서 "카를로스 1세"라고 했다가 여기서는 "카를로스 5세"라고 하였으니 당연히 무언가 하나는 틀렸다고 생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같은 사람인데, 스페인의 " 카를로스 1세"가 신성로마제국인 유럽의 " 카를로스 5세"가 되도록 그 당시의 정치권이 혼미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안내서를 쓰는 사람이 어느관점에서 쓰는가에 따라서 1세가 되기도 하고 5세가 되기도 하나보다. (여행지에서 들은 이름과 집에 와서 책을 보며 보완하다 보니 두 곳에서 다른 표기를 하게 된 것 같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카를로스는 영어 이름으로는 Char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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