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산정에서 보는 해 돋이
해가 뜨면서 보이는 산의 모습
그 아침에 무엇을 기도 하였을까?
정상에서 내려 와야 속세로 가지....
하산길
시내 사본이 발견된 성 캐터린 수도원
순례기 8
시내산
차창으로 보이는 시내 광야를 보며 구비구비 돌아 온 산길, 산넘어로 석양이 질 즈음 해서 하루 밤 자고 갈 산장에 도착하였다.
돌로 지어 진 아름다운 호텔이다. 그 아름다움도 잠시, 어둠속에 잠기면서 저녁을 먹으러 간 것이 8시가 다 되었다.
이제 몇시간 자고 새벽 1시 30분에 시내산을 오르도록 출발한단다.
겨우 3시간을 자기 위해서 이 아름다운 호텔에 여장을 풀었나?
늦게 먹은 저녁이 무듯하여 소화제를 한알 까 먹고 자리에 누웠다.
자는둥 마는 둥 하며 1시에 깨어 버스로 오니 시내산을 오른다는 흥분때문이어서인가? 벌써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와 앉아 있다.
어둠을 가르며 달리던 버스가 선 곳은 마치 장터를 방불케 하는 곳이었다. 버스도 많고 사람도 많고… 대 낯 처럼 환하다. 그리고 들리는 장사꾼들의 한국말! "싸요 싸! 낙타!" 한국사람들이 무척 오기는 왔던 모양이다.
낙타를 탈 때, 그리고 돈을 줄 때 조심해야 할 주의 사항을 들은 후 별로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오르니 점점 어두워 오다가 컴컴한 곳이 이르니 낙타 정거장인가보다.
베드윈들이 한사람씩 끌고 자기 낙타 있는 곳으로 간다.
또 부인과는 떨어 질 수 밖에….
그래, 이게 사람 사는 모양인 모양이다. 서로 지지고 볶고 함께 살아도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는 헤어 질 수 밖에 없다는 걸 연습시켜 주는 모양이다.
요번 여행에서 미지의 장소로 가면서 벌써 두번째 헤어짐의 연습이니까…
걱정은 걱정이고, 나는 또 나대로 어두워 안보이는 앞을 보며 따라 갈 수 밖에….
한 녀석이 3마리의 낙타를 몰고 갈 모양이다. 이럴 줄 알 았으면 부인도 함께 올걸…. 허나 이미 때는 늦으리…..
어둠 속에 낙타 등에 올라 탔다.
낙타가 뒷발을 먼저 세우고 앞발을 세운다. 앞으로 쏠렸다가 다시 중심을 잡을 수 밖에….
어두워서 망정이지 밝은 대 낯이었다면 아마 그 높이에 미리 질렸으리라. 허나 곧 탈만 하여 진다. 낙타의 흔들림에 몸을 맞긴 채 천천히 앞으로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 하였다.
산모퉁이를 한구비 돌고 두구비 돌아서니 달이 떴다.
고교히 흐르는 달빛에 낙타 등에 않아 한가로이 달빛에 젖은 산천경개를 감상하며 오르는 산길의 운치…. 무어라 표현하랴….
시인의 가슴을 가졌다면 시가 절로 읊어 졌을 텐데……
하늘에는 총총한 별들…..
줄줄이 늘어 선 사람들과 낙타의 대열은 저 멀리 까맣게 산 구비를 점점히 돌아 가는 히미한 불빛으로 보이고….하늘의 별들이 내려와 산 등성이까지 줄을 선 것 같다.
귀에 꼽은 mp3 player도 지칠만큼 참으로 오랫동안 좁은 길을 돌며 돌며 올라왔다.
드디어 낙타 종점에 온 모양이다. 내리란다. 이제 여기서 부터는 걸어야 한다. 그 걸음마를 위해서 벌써 얼마를 지하실에서 걸었던가…..
용케도 먼저 와서 기다리던 부인을 만나 재회하고….(먼저 보냈으니 먼저 오는게 당연하지만)
낙타 타는 것이 참 재미 있었단다. 얼마나 다행인지….
좁은 길이지만 손에 손을 잡고 오르기 시작하였다. 꽤나 가파른 길, 가끔은 정돈되지 않은 층계로 이어 지고….
듣고 온 소리에는 계단이 750 개라고 하던데… 750개 정도야…. 하던 생각이 그게 장난이 아니다.
성인병의 약이란 약은 다 조화롭게 먹는 부인의 손을 이끌고 가다 쉬고 그리고 가다간 쉬고….
그 부인 덕에 나 또한 좀 편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생각 보다는 지나치게 숨이 차 오고 온 몸에 기운이 빠지며 진땀이 난다. 내가 이렇게 약해 졌나? 하는 의구심이 일 정도로….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기에 가면서 쉬면서 그래도 정상에 있는 베드윈 가계까지 올 수가 있었다.
서로가 "온누리!"를 외치며 흩어진 사람들을 모아 가계 속에서 모두들 준비한 비장의 컵 라면을 꺼내었다.
산길을 오르노라 등에서 땀은 났어도, 그 추운 밤에 올라온 길, 땀이 식으며 오한이 느껴지는 때에 마실 수 있는 뜨거웁고 매큰한 컵 라면의 일미는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리라. 우리 부부는 준비 해간 쌀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풀어지기를 기다리는데 라면을 못 먹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꽤나 중요한 사람이….라면에 알러지라나… 그래 내 쌀 라면을 양보하고 난 커피에 과자로 목을 추스렸으니 나 또한 그 "그 맛을 모르는 사람" 중의 하나가 되었지. 허나 부인이 먹다 남긴 마지막 남은 국물 한목음을 먹었으니 그 맛을 조금은 알지,허허허
참 별미 중에 별미더라.
해가 돋을 시간이 거지반 되어 온다.
새벽예배는 해 돋은 후에 드리기로 하고 저마다 캬메라를 메고 산정으로 향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저마다 정상으로 오르려 하나 정상은 한 점 뿐인데….. 정상 가까이 좀 평퍼짐한 바위에 함께한 일행들과 앉아 히미하게 밝아 오는 여명을 보고 있는 내게 부인의 기도 소리가 들려 온다.
"하나님 아버지 ㅇㅇ를 낳게 해 주세요, ㅁㅁ를 낳게 해 주세요……"계속 이어지는 기도는 자기 자신보다는 남을 위한기도가 먼저가 아닌가!
그동안 기도는 은밀히 하는 것이라며 서로가 한 자리 누워 자면서도 기도소리는 서로가 못 들었는데, 이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 보며, 그도 평생 한번 올 그 시내산 정상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간절히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의 처음이 이러니…… 나보다는 훨씬 앞서 있는 것 같다. 그런 줄 몰랐는데….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길이 없다.
그 눈물에 범벅이 되어 보이는 태양의 찬란한 빛은 더욱 영롱한 광채를 만들어 내고….
한참을 울었나보다.
저 아래서 "온누리"소리가 들려 온다.
돌아서며 보니 아침 햇빛을 받아 장엄하게 드러낸 산의 모습.
장엄이란 단어로는 표현을 할 수가 없는 장관이다.
"아침 해가 돋을 때 만물 신선하여라….."
흥얼거리며 아까 어둠 속에 허겁지겁 라면들을 먹던 그 집으로 들어가 함께 아침 예배를 드렸다.
이 경험과 느낌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으리요.
끝간데 없이 구비구비 이어진 산길을 미끄러도 지면서 내려오는 동안 모두가 하는 말, "이 가파른 산길을 낯에, 멀쩡한 정신으로는 절대 못 오르지….."
그만큼 산세가 깊은 바위 산, 그게 시내산이었다.
내려오는 우리들의 머리가 좀더 희여졌나?
십계에서 본 촬톤 헤스톤처럼…..
등산길 초입에 세워진 성 캐터린 수도원 앞에서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바위에 누워 쳐다 본 하늘. 그 주위에 둘러진 바위산들, 그 한켠에 높게 세워진 수도원의 담장…..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한폭의 그림이었다.
옛날에는 조용한 곳이었을 이곳을 �아서 지어진 폐쇄 수도원.
한번 작정하고 들어가면 평생을 나올 수가 없는 수도원.
그래서 들어가는 문도 없고 나오는 문도 없는 그 수도원이 요즈음은 장터를 방불케 하는 수많은 순례객들이 모이는 집합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순례객들에게 수도원을 개방하기 위해서 문도 만들고….
이런 곳에서 수도 생활이 될까?
허기사 이런 곳에서 이루어 지는 수도가 참 수도인지도 모르지.
6시 경부터 하신하여 모인 것이 8시가 조금 넘었다.
제법 빨리 걸었는데도 두시간 이상을 내려 온 산길이었다.
그런데 수도원은 9시가 되어야 문을 연단다.
결정을 하여야 한다.
기다려서 수도원을 보고 갈 것인가? 그럼 아침을 못먹게 되고….
지금 내려가면 아침은 먹을 수가 있는 데 수도원은 볼수가 없고….
그 유명한 시내사본의 발견처인 성 캐서린(Saint Catherine)수도원을 둘러 본다는 것도 평생에 한번 밖에는 없을 기회이건만 모두들 너무 지쳐 있는데다가 너무 시장한 모양이다.
가서 아침을 먹자는 데로 의견이 모여 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우리의 속담이 하나도 틀린 데가 없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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