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연재-토론토지역/흔적을 찾아서 97

87 이스탄불 1 지하 궁전(물 저장소 Yerebatan Sarayi)

87 이스탄불 1 지하 궁전(물 저장소 Yerebatan Sarayi) 경이로운 지형에 매료되었으며, 또 그 바위를 파고 믿음을 지켜 나가던 초대 교회의 가슴 뭉클한 자취를 떠나야만 한다는 아쉬움과, 그래도 떠나야만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탈출하기 위하여서는 어두운 한 밤 중에 일어나 부산을 떨어야만 하였습니다. 어둠 속을 한참 달리니 멀리 하늘이 뿌옇게 밝아 오기 시작합니다. 조금 더 밝아지자 시야에 들어오는 높은 산 정상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습니다. 이 지역을 경이스럽게 만들어 주기 위하여 화산을 폭발시킨 에르지에스 산이랍니다. 여기, 산 아래는 벌써 이른 여름이 다가왔는데 아직도 하얀 눈을 이고 있는, 그만큼 높은 산이었습니다. 조그마한 시골 비행장이었습니다. 트랩도 걸어 올라가야 하는…. 비행기..

86 카파도키아 4 장미 계곡에서 눈물의 성찬식

86 카파도키아 4 장미 계곡에서 눈물의 성찬식 이 지역에서 가장 크고 가장 잘 보존된 암굴교회로 가야 할 차례인데 지금 오스트레일리아 수상이 그곳을 방문 중이기에 일체 교통이 차단되어 천천히 걸어 내려갔습니다. 그가 나오기를 연도에 서서 기다리다 보니 우리 중에 L씨와 J씨 성 가진 두 여인은 그의 손을 잡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하였지요. 가만 보니 저녁을 먹을 때에도 그 손을 씻지를 않는 것을 보니 꽤나 감격스러웠던 것 같았습니다. 옛날에 얄개전에서 본 한 대목처럼….ㅎㅎㅎ 통제가 풀린 후 들어가서 본 교회 내부는 고색 창연한 교회에 들어온 것처럼 내부의 그림들이 주는 인상이 아주 강열하였습니다. 장미 계곡 (Rose Valley) 돌고, 돌고, 돌고 돌아 오늘의 마지막 기착지, 장미 계곡으로..

85 카파도키아(Cappadocia) 3 땅에서 보는 계곡들

85 카파도키아(Cappadocia) 3 땅에서 보는 계곡들 “카파도키아의 특징은 기암괴석과 동굴 교회와 땅 속에 거대하게 펼쳐진 지하도시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들 말하는데, 이런 자연경관이 생길 수 있었던 것은 300만 년 전(?), 지각변동으로 형성되었던 주변에 위치한 에르지에스산과 핫산산의 적갈색, 흰색, 주황색의 지층위에 화산 폭발로 화산재와 용암이 수백 미터 높이로 쌓이고 굳어져 응회암과 용암층을 만든 후 오랜 세월의 풍우에 깎기여 나가면서 지구에서 가장 지구답지 않은 경이로운 기암괴석들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고고학자들과 사학자들에 의하면 과거 헷 족속들이 살며 철기문화를 발달하여 “히타이트 제국”이라 부르던 강대국이 있었던 지역이라고도 합니다. 다윗왕의 우직스레 충성된 장수이자 “밧..

84 카파도키아(Cappadocia) 2 하늘에서

84 카파도키아(Cappadocia) 2 하늘에서 아침 5시 30분 기상입니다. 바람 배, 즉 풍선을 타러 가야 하니까요. 여차여차하여, 고소공포증이 있는 부인은 안 가고 나만 가게 되었으니 사알짝 빠져나가 야지요. 괜히 곤히 자는 사람 깨워서 야 쓰겠습니까? 도둑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기어 나와 일행과 함께 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희뿌옇게 여명이 터오고 있는 하늘은 쾌청이요, 바람 한점 없는 아침이었습니다. 풍선을 타기에는 최적의 날씨인 것이지요. 한참을 달려 어느 계곡으로 내려가니 집집마다 붙어 있는 간판이 풍선광고요 호텔(호텔이라기 보다는 여인숙에 가까웠습니다.)광고였습니다. 다시 차를 바꾸어 타고 한참을 달려가니 커다란 풍선이 우리보다 먼저 하늘에 올라 갔다 내려온 사람들을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83 카파도키아(Cappadocia) 1 데린쿠유 지하도시

83 카파도키아(Cappadocia) 1 데린쿠유 지하도시 영이 난무한다는 이고니온을 빠져나와 카파도키아를 향하여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기원전 257년~ 64동안 존재하였던 카파도키아 왕국의 이름을 아직도 그대로 사용해서 부르고 있는 지역인데, 아나톨리아에서도 동쪽으로 깊이 들어와 있기에, 기독교가 공인되기 전까지, 기독교 박해시대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크리스챤들의 피난처로도 유명한 지역입니다. 그래서인지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바뀐 후에도 많은 수도사들이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 수도하고자 찾았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공상을 하며 바라보던 창 밖의 산들이 슬금슬금 자취를 감추더니 평야, 눈 끝이 닿지 않는 평야지대로 바뀌었습니다. 어쩜 땅이 그리도 넓고 반듯할까요? 아직 싹이 안 나서인지,..

82 터키와 한국이 형제지국인 까닭은?

82 터키와 한국이 형제지국인 까닭은? 우리들은 흔히 “역사는 되풀이된다.” 라고들 말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말은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다.”라고 하는가 하면, “역사가 햇빛을 받으면 정사가 되고, 달빛에 젖으면 야사가 된다.”라고도 합니다. 1차 세계대전 후인 1923년, 로잔 조약을 통해 밧모섬을 위시하여 에게해의 섬 대부분을 그리스 영토로 하는 데 합의하여야만 했던 터키이지만,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경험했던 터키는 그들의 역사를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학교에서 역사 과목의 비중이 아주 높은 편으로, 돌궐 시절의 고구려라는 우방국에 대한 설명 역시 아주 상세하다고 합니다. “형제의 나라”였다는 설명과 함께…. 그러나 한국에서는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국사와 세계사 시간이 있었지만 요즈음처..

81 이고니온(Lconium 현재는 코냐)

81 이고니온(Lconium 현재는 코냐) 이고니온(Lconium)은 해발 1,000m에 위치한 고원도시로, 현재는 코냐(Konia)라고 불리는 터키의 현대식 도시로 잘 발달되어 고대 유적이 거의 없는 지역이 되었지만, 메블라나 젤라레딘 루미(Mevlana Celaleddin-i Rumi, 1207-1273)가 창시한 이슬람교의 신비주의 종파인 ‘메블라나(Mawlana)’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듯이 터키에서도 신기(神氣), 혹은 영기(靈氣) 혹은 운기(雲氣) 같은 기(氣)가 매우 센 도시라고 합니다. 이슬람의 수니파는 춤과 음악을 금기하지만, 메블라나는 세마(sema)라는 회전 춤으로 명상하는 구도를 취하고 있으며, 원형 춤을 통해서 신과 만나는 것을 추구한다(Sufism)고 합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아..

80 비시디아 안디옥(Antiochia in Pisidia, Turkey)

80 비시디아 안디옥(Antiochia in Pisidia, Turkey) "안디옥"이라는 지명은 성경에 두 곳이 나옵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후 그의 장군 중 한 사람인 “셀류쿠스”가 왕조를 세우고 그의 아버지 “안티오쿠스”를 기념하기 위해 헬라 제국 내에 16개의 도시를 건설하고 모두 “안디옥”이라 명명하였는데, 성경에 등장하는 두 곳의 “안디옥”이라는 지명은 모두 초대교회와 그 후 기독교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성령강림 이후, 스데반의 순교 사건을 전후하여 예수의 도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유대인들의 핍박을 피하여 멀리 수리아 변방의 “안디옥”에까지 이르러 믿음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 때는 마침 베드로가 환상을 본 후로, 사도들 간에 “이방인..

79 사도 빌립 순교 기념교회(Martyrion of St. Philip)

79 사도 빌립 순교 기념교회(Martyrion of St. Philip) 그 옛날, 크레오파트라가 알몸으로 목욕하며 안토니오와 즐겼던 그 온천장에서 쉬기를 원하시는 분들을 뒤에 남기고, 저~만큼에 보이는 야산으로 오르는 길은 눈에 보이던 것보다는 훨씬 멀고 굽은 언덕길이었습니다. 그 길 초입에 제법 구색을 갖추어 복원된 야외극장이 있었습니다. AD 2세기에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그레코-로만식으로 지은 원형극장으로 1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고 하는데 아직 객석은 다 복원이 안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극장은 현존하는 그레코-로만 극장들 가운데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한 것 중 하나라고 하네요. 중앙에 황제를 위한 로열석이 별도로 있었으며, 연극 공연과 더불어 때로는 검투사(Gladi..

78 히에라폴리스 (Hierapolis)

78 히에라폴리스 (Hierapolis) 아직 발굴이 다 안되어서 볼 것이 얼마 없는 라오디게아 유적지를 나와 히에라폴리스로 향하였습니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거룩한 도시”라는 “히에라폴리스”는 골로새서 4장 13절에 오직 한번 “히에라볼리”라는 지명으로 나타나지만 실은 주전 2세기경에 버가모 왕국의 유메네스 2세(Eumenes II)에 의해 세워진 도시로, 신전이 많이 있었기에 “신전의 도시” 혹은 “거룩한 도시”라는 뜻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다른 주장은 당시의 풍습에 따라 버가모 왕국의 창시자 “필레타리우스(Philetarius)”의 아내 이름인 “히에라”에서 연유했다고도 합니다. 히에라볼리는 주전 2세기 말경에 로마의 영토가 되어, 이 지역에서 솟아오르는 온천의 효능이 좋아 몰려오는 휴양객들로 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