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목자들의 들판 - Shepherd´s Field
목자들에게 천사가 예수의 탄생을 알려준 그 들판도 있었고, 예수님이 탄생하신 마구간이 있었던 자리에 예수 탄생교회도 있기 때문일까요?
1947년에는 동방 정교도이거나 가톨릭 신자가 인구의 85%였으나 1998년에는 40%로 감소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시의 규칙에 따라서, 베들레헴 시장과 부시장은 기독교 신자여야 한다고 합니다. 만약 시장이 가톨릭 교도라면 부시장은 동방정교도여야 하며, 그 반대의 경우, 부시장은 가톨릭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또한 언제인가 바꾸어 지겠지요. 무슬림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고, 또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다수의 인구를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을 테니까요.
우리 일행들은 내일의 일정을 위하여 저녁때를 목적으로 장벽 검문소에 도착하였으나 늦은 저녁때가 되어서야 겨우 힘들게 장벽을 넘을 수가 있었습니다.
콘크리트 담장을 넘어서자마자 마침 그 담장 아래로 팔레스타인 청년이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해가 만들어 주는 긴 그림자를 밟으며 한 무리의 양 떼를 몰고 지나고 있었습니다. 아스팔트로 덮인 시내로 들어오는 수많은 양 떼들을 신기하게 보며 모퉁이를 돌아 조금 들어가니 마치 영국 런던의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을 축소하여 지은 듯한 “자시르 팰리스(Jacir Palace) 인터콘티넨탈 베들레헴 호텔”이 나왔습니다. 저녁이 늦어 어둠이 깔리는 바람에 자세히 보지도 못한 채 로비로 들어가 방 배정을 받고, 늦은 저녁 먹고…. 내일을 위해 각자 헤어졌습니다. 안내자의 설명대로, 장벽이 세워지기 전에 지은 호텔인데, 장벽으로 인해 여행자들이 적어지고 보니 그 큰 시설들이 다 썰렁하게 보였습니다마는 일단 방 안에 들어가니 육중한 가구들이 구색을 맞추어 잘 정돈이 되어 있었습니다.
식당에 모여 아침 예배를 드린 후, 식자재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여 미안하다는 설명과 함께 나온 부실한 아침 식사를 한 후 목자들의 들판으로 향하였습니다.
호텔에서 머지않은 곳에 한적한 들판이 나왔습니다.
이 들판의 어디 즈음이 바로 먼 옛날, 훗날 다윗왕의 증조할머니가 된 룻이 이삭을 줍던 보아스의 밭이 있던 자리라고 하니 어렴풋이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겠습니까!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다윗의 27대 손으로 호적이 베들레헴이었을 테니까요.
이 지경이 바로 오래전, 예수 그리스도의 시대가 시작되려는 즈음에 목자들이 양을 이끌고 풀을 먹이던 들판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그네들은 천사의 소리를 듣고 별을 따라 약 2km 떨어진 곳에 있는 마구간으로 달려갔던 것입니다.
“작은 형제회(프란체스코회)”에서 1951~1952년에 걸쳐 목자들이 밤을 새우며 지냈던 몇 개의 동굴 위에 세워졌던 AD 4~6세기경의 수도원 자취를 발굴한 후 1954년에 캐나다 프란체스코회에서 지원을 받아 “목자들의 들판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이탈리아 건축가 안토니오 바루치(Antonio Barruchi)가 건축한 교회당은 목자들의 텐트를 본 따 지었으며, 돔 천정은 작고 둥근 유리창들을 뚫어 놓아 마치 밤하늘에 별빛이 비치고 있는 형상으로 설계하였습니다.
깨끗한 인상을 풍기는 자그마한 교회 안에 그려진 벽화들은 우리들에겐 추운 겨울인 12월 25일, 크리스마스라고 부르는 계절에, 교회에서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성극을 할 때 흔히 보던 배경의 그림들 같았습니다.
교회 뒤쪽으로는 목자들이 추위를 피해 쉬던 곳으로 추정되는 큰 바위 아래에 그림들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였고요.
늦은 봄날 아침에, 천사들이 양을 치던 목자들에게 예수의 탄생을 알린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세워진 기념 교회에서, 추운 겨울에 보던 정경들을 보며 이는 상념!
동방박사들은 천사들이 알려주지 않았더라도 별을 보고 잘도 찾아왔는데, 왜 양을 치던 목자들에게는 예수님의 나심을 알려 주어야만 했을까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거저 오늘 하고 만 같아라!” 라며 축배를 드는, 잘 먹고 잘 사는, 그러면서도 죽음 이후의 삶보다는 지금의 즐거움이 더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메시아가 필요치 않을 터이니 알려 준들 고마워나 하겠습니까?
아니, 자신들의 기득권이 침해를 당할 까봐 오히려 혈안이 되어 방해를 하겠지요. 실제로도 그러했음이 성경에 기록이 되어 있으니까요.
허나 내일이 두렵도록 오늘을 힘들여 사는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정말로 필요한 것이 소망이요, 또 그 소망을 이루어 줄 메시아가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예수님께서는 그 오시는 자리 또한 기가 막히게, 신묘하게 잘 잡으신 것 같습니다. 그 땅은 오늘까지도 메시아를 소망하도록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사는 땅이니 말입니다.(예수님이 오신 후에는 좀 바뀌어야 되는데….)
허기야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이제 성령으로 다시 오시는 예수님은 육신의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좌표를 잃고 방황하는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분이시니, 이제는 굳이 베들레헴만이 예수님이 나신 곳이라고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단지 그 옛날, 이 땅에 인자로 오셨던 그 자리가 아직도 있기에 그때의 느낌을 느껴보고 싶은 순례자들이 와서, 다시 한번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예수님을 되뇌어 보는 그런 자리가 되고 있는 곳 같습니다.
지금은 목자들이 없어진 그 “목자들의 들판”에 핀 빨간 야생화가 더욱 빨갛게 눈을 자극하여 옵니다. 저 꽃들이 바로 예수님께서 “저 들의 백합화를 보라”라고 하신 그 꽃, 야생 양귀비라고 설명을 하며 아가 5장 13절 “뺨은 향기로운 꽃밭 같고 향기로운 풀 언덕과도 같고 입술은 백합화 같고 몰약의 즙이 뚝뚝 떨어지는구나”를 예로 들었습니다. 빨간 입술에서 몰약의 즙이 떨어지는 표현 말입니다.
개역 한글 성경에 열다섯 번 이상 나오는 백합은 공동번역과 표준 성경에서 “나리” 또는 “꽃”으로 번역되었고, 영어 성경에서는 “lily, crocus, rose” 등으로 번역되어 있다고 하는데…. 한글로 번역을 하며 양귀비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선교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백합화로 의역을 하였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마는 좀 더 고증을 찾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중동 부근에서는 야생 백합화나 나리꽃을 볼 수가 없고, 레바논 국경 부근과 갈멜산 북쪽에서만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꽃은 Canada에 사는 우리들이 매년 11월11일이면 가슴에 달고 다니는 빨간 꽃, Common Poppy로 중동지역과 유럽의 모든 들판에 흐드러지게 많이 피는 빨간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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