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베들레헴 - 예수 탄생 기념 교회
목자들의 들판에서 약 2km, 이 정도의 거리라면 목자들이 약 30분 정도 걸어왔을 거리에 있었던 마구간이었을 텐데 지금은 시내 중심에, 어찌 보면 교회 같지가 않고 견고한 요새같이 웅장하게 돌로 지어진 예수 탄생교회가 있습니다.
교회 건물은 전승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장소로 전해지는 동굴 위에 세워져 있으며, 따라서 기독교 신자들에게 있어 거룩한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는데, 왜 동굴이 갑자기 나타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알기로는 마구간의 구유 위에 뉘였었는데 그 마구간이 동굴 안에 있었다?
허긴 성경 어디에도 마구간이라는 말은 안 나오고, 여관에 있을 곳이 없었고, 단지 구유에 뉘었다고만 표현되었으니, 구유란 마구간 안에만 있는 물건이라는 우리들의 고정관념이 만들어 붙인 단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혹시 그 당시에는 사람들은 집 안에서 자고, 당나귀나 말들은 동굴 안에서 이슬을 피하며 여물을 먹게 하였던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우리들에게는 “마구간 안의 구유”가 “동굴 안의 구유” 보다는 더 잘 맞는 조합인데….
로마제국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기독교 말살계획에 따라, 서기 135년 베들레헴의 동굴 위에는 로마의 아도니스 신을 위한 신전이 세워졌었습니다.
아도니스는 그리스ㆍ로마 신화에서 손꼽히는 완벽한 외모를 갖춘 걸출한 미남으로 이름의 유래는 셈어의 아도나이(Adonai), 즉 유대인들과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을 완곡하게 부르는 이름'이라는 뜻이지만 조롱하려는 의도로 세워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정권이 바뀌어 박해 받던 기독교도는 종교의 자유를 얻게 되었고, 경건한 기독교 신자였던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는 성지 순례를 떠나 여러 곳을 다니며 곳곳에 수도원과 교회들을 세우던 중 예수님이 탄생한 베들레헴에 오니, 동굴 위에 세워진 아도니스 신전을 보고 그 자리에 아름다운 예수 탄생 교회를 건축하게 하였습니다.
327년 예루살렘의 마카리오스 주교의 감독 아래 공사가 시작되어 333년에 완공된 최초의 교회는 529년 사마리아의 반란으로 인해 전소되었으나 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인 565년, 그 터 위에 재건한 것이 현재의 건물입니다.
614년 호스로 2세가 이끈 페르시아 군대가 이곳을 침범하였으나, 교회는 전혀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페르시아군의 지휘관이었던 샤흐르바라즈가 성당 안에 그려진 세 명의 동방박사가 페르시아 복장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 것을 보고, 건물을 파괴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고 합니다.
견고한 요새같이 웅장하게 돌로 지어진 예수 탄생교회에 들어가는 앞문은 원래는 큰 문이었으나 이슬람들이 말을 타고 들어 가기에, 17세기에 크기를 4ft 밖에 안되는 작은 문으로 만들어, 누구나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게 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이 문을 "겸손의 문"이라고 부릅니다.
이 작은 문을 허리를 잔뜩 굽히고 들어가 다른 문을 지나면 웅장한 교회 안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조명이 신통치 않아 어둑한 교회 안으로 마침 햇살이 긴 빛줄기를 드려 보내고 있었습니다.
넓은 홀 안에는 굵은 돌기둥이 2줄로 11 개씩, 좌ㆍ우로 모두 4 줄로 서있는데, 한 줄에 11기둥이 의미하는 것은 가룟 유다를 제외한 11 제자, 그리고 좌.우로 2줄씩, 4줄은 4 복음서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코린트 양식으로 만들어진 기둥머리 아래에는 성인들의 프레스코화가 색이 바랜 채 희미하게 그려져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가도록 퇴색되어 있었습니다. 565년, 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 다시 건축하며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한 켠에는 마루 바닥이 들려져 있습니다. 그 밑에는 333년 처음 건물이 완공되었을 때 만들었다는 모자이크가 아직도 잘 보존돼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 교회 중앙 제단의 오른편에는 그리스 정교회에서 관할하는 계단이 있고, 왼편에는 아르메니안 정교회에서 관할하는 계단이 있는데 사람들이 많아, 보통 한쪽으로 내려 갔다가 다른 쪽 계단으로 올라오게 됩니다.
내려가면 제단 바로 아래쪽에 예수님이 탄생하신 탄생 동굴이 있습니다.
둥그런 벽면을 따라 각 종파가 소유하고 있는 11개의 은으로 만든 램프가 걸려 있는 그 중앙 바닥에는 14개의 꼭지 점을 가진 은으로 만든 별이 놓여있고, 그 가운데에 Hole이 있는데, 이 지점이 바로 예수 탄생 지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별은 1717년 가톨릭 교회에서 은으로 만들었는데, 그 둘레에는 라틴어로 “이곳에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했다.”라고 새겨 놓고 바닥에 장식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별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었습니다.
1853년, 이곳을 관리하고 있던 러시아 정교회에서 일방적으로 이 별을 떼어내어 버렸습니다. 그 당시 이곳을 점령하여 지배하고 있던 오스만 터키가 러시아 정교회 에게 다시 원상 복귀하도록 요청하였지만 러시아 정교회가 거절하자, 전쟁이 선포되었으며, 그 전쟁은 마침내 크림 전쟁(크리미아 전쟁이라고도 합니다, 1853~1856년 )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나이팅게일이라고 하는 간호계의 천사가 이 살벌한 전쟁에서 태어났으니까요.
현재는 로마 가톨릭교회와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이렇게 세 기독교 교파가 “STATU QUO(현상유지법)”이라고 하는 엄격한 법으로 공동 관리하며 수리하거나 건드릴 수도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2011년, 이 지역의 자치 정부인 팔레스타인 정부에서 예수 탄생 교회의 건물에 붕괴 위험이 있다고 보고하자, 세계 유산을 관리하는 “World Heritage Site”에서 2012년 수리할 것을 발표하고, 2013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오래된 건물 복구팀이 작업을 시작하여 2016년 마무리 작업을 하였는데, 이 복구 작업을 하던 중에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AD 12 세기 비잔틴 제국의 황제 Manuel Komnenos 때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금이나 은에 유리를 덮어서 만든 조각과 돌, 그리고 진주 조개로 만들어진 모자이크로 그려진 벽화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자취를 드러낸 모자이크 벽화들은, 예수님의 초상화와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천사들과 예수님의 창에 찔린 허리를 만져보는 도마(Thomas)를 비롯한 12 제자들의 모습과 성자들의 모습을 그려 놓은 것들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순례자들, 관광객들이 찾아올 베들레헴인 된 것 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자리에서 12월 25일에 태어나셨을까요?
또 다른 긴 이야기가 될 터이니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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