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탐라 4 – 사려니와 에코 랜드
두 밤을 잤는데도 오늘 아침도 제주도는 내게 한라산 봉우리를 보여 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호텔 조식으로 부실하였던 어제 저녁을 충분히 봉창하고 한라산 중턱에 있는 이름도 생소한 “사려니 숲길’로 갔다.
사려니(Saryeoni)라며 영어로까지 표기가 되어 영어를 빌려 사용하기 좋아하는 한국이기에 나도 모르는 영어 거나 아니면 유럽 쪽의 외국어 인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제주도 방언이란다. 한라산 중턱, 오름(제주도에 많은 기생화산의 방언)의 정상에 이루어진 분화구가 북동쪽으로 비스듬하게 트여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한 “신성한 곳, 또는 신령스러운 곳이라는 신역의 산 이름에도 쓰이는 말 이란다.
‘제주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로 평균 고도는 550m 위치에 조성 된 약 15km의 숲길 이다.
붉은 송이(제주도에만 있는 붉은 화산석)가 깔려 있는 청정 자연 숲길 양 옆으로는 다양한 수종이 자라는 울창한 자연림이 넓게 펼쳐져 있다.
맑은 공기속에 붉은 송이를 밟으며 이 숲길을 걸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고, 장과 심폐 기능이 향상된다고 알려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단다.
경사로가 완만하고 길이 험하지 않아 어린이나 노인들도 쉽게 완주할 수 있다는데…. 우리는 시간 때문에 완주는 못하고 그 일부를 걷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였다. 200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이 되었단다.
숲 길을 걷는 동안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들여 마시는 공기는 맑고 깨끗하였으머, 하늘은 비를 붙잡고 놓아 주지를 않아서 천만 다행이었다.
이만하면 많이 힐링이 되었나?
그 다음으로 간 곳이 수제품으로 만들어 진 영국산 링컨 기차가 달리는 “에코랜드 테마파크”다.
기차가 없는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기차를 타고 각 간이역마다 조성된 테마공원을 관람하고 즐기면서 힐링 할 수 있는 멋진 관광지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자 때마침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햇빛이 메인 역 승강장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준다.
철길의 너비가 거저 장난감 기차길 같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다 나타나는 기차 또한 영국에서 만든 수제품이라 지만 결국 장난감 수준에서 조금 더 나간, 그래서 우리를 동화의 나라로 안내 해 줄 것 같은 기차요 객차다.
공원 안을 돌면서 4개의 역으로 조성된 곳마다 잠시 서면 내려서 구경하고, 그 다음에 오는 기차를 타고 또 다음 역으로 움직이는 형태로 조성이 되었다.
혹은 한 역에서 다음 역까지 곶자왈의 숲길을 걸어 가면서 공원을 즐길 수도 있다.
화산 폭발로 생겨난 제주도에는 화산석이 많아 호수가 없다.
구멍이 숭숭 뚫린 돌들이, 그리고 이런 돌들이 부서져서 만들어 진 흙이 물을 저장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비가 억수로 올 때에는 미쳐 땅 속으로 들어 가지 못한 물들이 경사를 타고 바다로 흘러 가지만 비가 그치면 금방 마른 내가 되는 곳이 제주도인가보다. 그런데 자연의 경이로움은 구멍 숭숭한 돌들 사이로 땅 속으로 스며 들었던 물들이 증발하며 내 뿜는 습기를 머금으며 식물이 자라는 환경을 조성해 주었 단다. 이런 지역을 곶자왈이라고 한단다.
그러니 곶자왈은 제주도에만 있는 특별한 생태지역인 것이다.
처음 역인 에코브리지 역에 내리면 엄청 큰 호수가 나오는데 이 큰 호수도 인공호수인 것이다. 밑 바닥에 물이 새 들어가지 못하도록 인공적으로 막은 호수인 것이다. 이 호수 위로 난 기다란 보드워크를 따라 걷노라면 물오리도 있고, 온갖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가 하면 호반에 피어난 꽃들과 갈대가 자기도 사진을 찍어 달라면서 손짓을 한다.
호수를 빠져 나오면 풍차와 돈.퀴호테 조각상을 만들어 놓은 스페인식 마을이 나타난다.
이 곳을 지나 갈대 숲을 빠져 나와 다시 기차를 타고 곶자왈을 돌며 자연숲을 보며 즐기다 보면 내려야 하는 종착역이 된다. 결국 시발역과 종착역이 같은 곳인 체바퀴이지만….
꽤나 정성을 드려서 조성한 넓은 공원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은, 한번은 가 보아야 할 공원이란 생각이 들었다.
들어 가기 전과 나 올 때의 모습을 비교 해야 되는건데....
에코 랜드
곶자왈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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