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땅 끝 마을 "까보 다 로까" - 포르트갈
"땅 끝 마을"하면 먼저 전라남도 해남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제일 남쪽 끝이니까…
리스본에서 약 1시간 반 정도, 포르트갈의 시골풍경을 보며 해안을 낀 산길을 달려가면 유럽 대륙이 끝나는 이베리아반도의 제일 서쪽 끝에 이르러 대서양이라는 바다가 시작되는 곳, "까보 다 로까 곶"이 있다.
그 옛날 먼 바다로 나갈 수 없던 시절에는 정말로 이곳이 땅의 끝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지금은 땅의 끝이 아닐까? 여전히 유럽대륙의 끝임에는 변함이 없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때로는 매우 심한 바람이 불어 올라오는 언덕 위에 바람을 등지며 우뚝 서 있는 십자가 탑은 아마도 이 바다를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많은 탐험가들의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탑인지도 모르겠다. 요즈음에는 먼 곳에서도 안전하게 돌아오라고 등대도 서 있는 땅 끝 마을을 보러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온다. 나 역시 그들 중의 한사람이니까! ㅎㅎ
십자가 탑에 부착된 돌 판에는 북위 37도 47분, 동경 9도 30분이라는 좌표와
포르트갈의 민족시인 루이스 데 까몽이스(Camões, 1524~1580)의 싯귀가 있다.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Aqui, onde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ca)
허긴… 하나의 끝은 또 다른 하나의 시작이 아닌가!
그 끝이라고 주저앉아 체념을 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라는 격려의 문구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포르트갈은 많은 해양 탐험가들을 배출하였나보다. 땅의 끝과 바다의 시작이 맞닿아 있으니까 말이다.
루이스 데 까몽이스를 포르트갈의 민족 시인으로 만들어 준 것은 "우스 루지아다스 (Os Lusiadas)"라는 대 서사시이다.
까몽이스는 포르투갈의 정복과, 포르투갈 항해사들의 영광, 그리고 지난 왕들의 업적, 즉 다시 말하자면, 포르투갈의 역사를 방대한 서사시로 기록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리스본에 있는 제로니모스 수도원 안에 입구에서 왼쪽에 있는 바스코 다 가마의 석관을 바라보며 중앙 통로 맞은 편 오른쪽에 있는 석관에 안치되었다.
파아란 바다와 절벽에 부딪치는 하얀 파도, 그리고 바닷바람!
특별한 볼거리 보다는 육지의 끝이라는 감상적인 생각과 여기서부터 바다가 시작된다는 당연하면서도 새로운 마음이 생기게 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대서양의 거센 바람에 몸 숙여 낮게 모여 핀 예쁜 꽃들이 군락을 이루는 그 너머 절벽 저 아래에서는 쪽빛 바다가 하얗게 부서지는데, 눈을 조금 더 멀리 하면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어디서부터가 하늘인지를 알 수 없는 거저 파아란 색이 혼합되는 수평선. 아마도 거기서부터 대서양의 거센 바람이 우리를 맞이하러 달려 온 모양이다. 거친 숨을 내 쉬는 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달려 온 숨결일까?
십자가 탑과 좌표및 시비
루이스 데 까몽이스의 싯귀가 적힌 좌표판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Aqui, onde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ca)
야생화들의 군락 너머로 출렁이는 대서양
이 땅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중세의 암흑시대를 상징하는 철문일까?
제로니모스 수도원 안에 입구에서 왼쪽에 있는 바스코 다 가마의 석관을 바라보며 중앙 통로 맞은 편 오른쪽에 있는 까몽이스의 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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