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연재-토론토지역/흔적을 찾아서

9 와디 럼(Wadi Rum) – 요르단

천천히 chunchunhi 2020. 7. 18. 10:01

9 와디 럼(Wadi Rum) – 요르단

 

이런 설명을 들으며 사막 가운데 쳐진 천막촌에 다다르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와디 럼(Wadi Rum)은 요르단 아카바 주에 자리 잡고 있는 사막입니다.

이 일대가 달의 계곡(Valley of the Moon)으로 잘 알려질 만큼 아름다운 사막과 돌산들이 있기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장소이며 영화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촬영지였고, “트랜스포머 2”도 이 사막에서 촬영을 하였습니다.

특히 석양의 와디가 참으로 아름답다는 데 그만 그걸 놓친 모양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천막을 보는 순간, 그동안 꾸어 왔던 꿈이 여지없이 부서졌지요.

천막들이 마치 외인부대 야영 막사처럼 쳐 있기는 한데 그 Quality가 영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이 곳에서 광야를 체험하며 자는 것이 호텔에서 자는 것보다 더 비싸다기에

비싸면 좋은 줄 아는 우리들의 인식은 그 천막을벤허라는 영화에 나오는 족장의 화려한 천막으로 연상하며, 기대속에 배고픔을 참으며 달려왔는데….

이젠 어디 돌아갈 곳도 없는 광야의 한 복판이니

그래 하룻밤이니까…”자위하며 모래 먼지 속에 짐을 풀었지요.

 

저녁은 베드윈들의 특식, 양고기랍니다.

굽는 것을 와서 보라기에 가 보았더니 모래 속에 Drum 통을 묻어 놓고 숯불을 피운 그 위에 양고기를 놓고 다시 모래를 덮어 놓은 것을 거꾸로 헤치는 중이었습니다. 모래 속에 오븐을 설치한 형상이었습니다.

조심스레 모래를 제치고 꺼낸 양고기 냄새가 구수하였습니다.

김ㅇㅇ목사님의 설명은 옛날 아브라함 같은 부자 족장이 대우받으며 살던 천막이 이 정도에도 못 미쳤다며 우리 모두는 오늘 아주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랍니다.

그래, 목사님 말씀이니까 믿어야지요….

그래도 속으론 이게 아닌데하는 불만을 좀 안은채…. ㅎㅎㅎ

저 역시 애굽을 떠난 후 계속 불평하던 그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되었나 봅니다.

 

어두컴컴한 막사 안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는 각자 텐트로 흩어졌습니다.

사막에 쳐진, 전기도 없는 텐트 안에서, 밤에는 정말로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시 모닥불 가로 나가니 또 버스가 한 대 들어오며 많은 아랍 사람들을 내려놓았습니다.

 

완전히 어두워지자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가 어두운 사막의 하늘로 울려 퍼 지기에 어차피 잠을 자기는 다 그른 모양이라 나가 보니 아랍 사람의 결혼식 피로연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결혼식을 해질 녘에서부터 밤늦게까지 한다는 풍습이 있다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셈이지요.

모닥불을 돌며 무리 져 춤추는 모습은 우리의 강강술래 비슷한 군무였습니다.

음악은 영 생소한 리듬이지만….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

저마다 다 어떤 사연을 안고 있는 듯한 별들의 속삭임 인양 반짝임 들 속에 흘러 소멸되는 유성도 간간히 보이고….

어둠 속에 서있는 어깨가 시려 옵니다. 사막의 밤은 이렇게 추운 것인가 봅니다.

옷을 두텁게 껴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어느새 잠이 든 모양입니다.

천막 안이 눈이 부시도록 밝아졌습니다.

눈을 부비며 천막 밖으로 나선 순간, 찬란히 떠 오르는 태양에 온 천지가 햇빛을 받아 빨갛게 빛나는 기암괴석들 사이로 펼쳐진 붉은 사막!  처음으로 마지하는 황홀한 사막의 아침이었습니다.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에사막 사파리를 한답니다. 야호!

 

4X4 차가 3대 도착하여 서로 나누어 타곤 길 없는 사막을 달렸지요.

모래 먼지를 폴폴 풍기며 달리는 우리에게는 길이 없었겠지만 그네들에겐 길이 있는 모양입니다.

모래 언덕에 처음 내려서 눈이 다 볼 수 없도록 넓게 펼쳐진 광야, 그 가운데 우뚝 솟은 우람한 바위산들. 이 무인지경을 과히 오래지 않은 옛날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 (T.E. Lawrence)”라는 영국의 장교가 누볐답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라고 오마 샤리프 (Omar Sharif)와 피터 오툴(Peter O'Toole) 이 주연한 영화의 장면들이 아물아물 되새겨지는 정경들이었습니다.

곳곳에 서 있는 기암들을 보며 저마다 이름을 붙입니다.

어떤 돌산은부부 싸움한 후 서로 등 돌리고 있는 것 같다.”기에 그렇게 보니 정말 딱 그 형상이네요,

어떤 돌은크루즈 쉽 같다기에 그렇게 보니 그 또한 딱 이었습니다.

어쩜 그렇게도 이름을 잘 붙이는지….

 

로렌스가 살았었다는 동굴에도 들어가 보고, 어느 옛날인지는 모르지만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바위에 그려 놓았다는 벽화도 보고….

아니 출애굽을 한 이스라엘 족속들이 남긴 그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네들도 이 부근에서 유리방황하였었으니까요.

 

차 뒤로 뽀얗게 이는 모래 먼지를 보며 버스로 돌아왔을 때엔 어젯밤에 일었던 불평은 그 자취를 볼 수도 없이 다 사라지고, 그 사막의 아름답고 장엄한 정경만이 우리를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불평을 할 만도 하고, 또 그 불평을 무색게 할 만하기도 한, 참으로 귀한 경험이었지요.

허나 베드윈이 될 수 없는 우리이기에 또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진에 남은 텐트 안의 장면은 제법 그럴듯하였습니다. ( 멋진 베드윈의 초상권을 허락하여 주셨음에 감사드리며…)

 

사막에 쳐진 천막촌. 이 안에서 자는 하룻밤은 참 불편하였었지요. ㅎㅎㅎ

 

모래 속에서 구운 양고기를 꺼내는 모습
사막으로 떠나는 사파리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유목민들의 옛날 벽화를 보러 오르는 길

 

 

 

사막의 모래 위에 핀 꽃 “ 내일 말라죽더라도 오늘은 꽃을 피우자!” 우기가 지난 후라 덤불 같은 풀이 있지만 곧 말라서 없어진답니다

 

크루즈 쉽이라고 명명한 기암괴석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나온 동굴. 이 곳에 살면서 베드윈들을 훈련시켰다고 합니다.   동굴 안에서 내다본 모습

 

사막에 핀 돌버섯

 

황량한 광야.

 

9 와디럼.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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