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리 44 유모토 간코 온천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루리코지를 나와서 유모토 간코 호텔로 가는 길에 보이는 농촌 풍경이 평화롭기만 하다.
가끔씩 수증기가 피어 오르는 숲을 지나는데 저런 곳이 뜨거운 온천물이 스며 나오며 김이 나는 것이란다.
한참을 야산 사이로 오르니 나타나는 깨끗하고 큰 호텔, 유모토 간코 호텔 겸 온천장이다.
버스가 정문에 서니 기모노를 입은 여인과 양복으로 정장한 중후한 초로의 신사가 우리를 맞이하여 방으로 인도를 한다.
다다미가 깔린 전통적인 일본식 방안에는 작은 상이 가운데 차려져 있었다.
앙증맞은 일본 과자 몇 개가 일본 칠기 그릇 에 담겨 있고 서녘으로 넘어가려 산등성이에 걸린 태양빛이 환히 들어 오는 방은 정갈하였다.
가이드의 안내 대로 벽장을 보니 전통 유가타가 곱게 개여져 있었다.
우리는 거저 일본 복장이면 다 기모노인줄 알고 있었지만 이 것은 기모노가 아니라 일종의 가운인 것 같다. 집사람의 등 뒤에 담요가 없으니까. ㅎㅎㅎ
유가타로 갈아 입고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니 이 또한 커다란 다다미 방에 개 다리 소반 같은 작은 상이 두 줄로 놓여있었다. 그리곤 그 가운데로 두명의 여인이 진짜로 담요가 달린 기모노를 입고는 일본 정식을 서브하여 준다.
참으로 다양한 음식이 조금씩 조금씩 나오는 것이…
내게는 난생 처음 받아 보는 일본 상이었다.
소위 가이세키 요리 (작은 그릇에 순차적으로 조금씩 담겨 나오는 일본의 연회식 코스요리)라는 것이었다.
덕분에 종이장처럼 얇은 복어 회도 처음으로 먹어 보았지. ㅎㅎㅎ
저녁 후 한참을 쉰 후에 온천장으로 갔다.
이 곳은 남탕과 여탕이 나누어 져 있단다. 그 대신 매일 남탕과 여탕이 바뀐단다.
음양의 조화를 위해서. 그래서 습관적으로 들어 갔다가는 얼굴을 가리고 황급히 돌아 나와야 한단다. ㅎㅎㅎ
실내 탕은 한국에서 본 대중탕과 비슷하지만 훨씬 컸고, 벽에는 온천수가 나오는 샤워가 여럿 달려 있었다.
문을 열고 야외 노천탕으로 가니 자그마한 연못처럼 바위로 주위를 두른 탕 속의 물 역시 들어가 앉거나 누워 있기에 딱 좋은 온도였다.
바위에 기대어 눕자 보이는 어두운 하늘에 영롱한 달!
마치 신선 놀음 하는 것처럼 기분이 좋은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이 밤이 가지 않았으면….그럼 집에도 못 돌아 가겠지?
달을 바라 보며 지난 며칠의 여정을 회상해 보았다.
52년 전에 온 식구가 캐나다로 이민 가면서 아버님의 옛 친구들을 만나기 위하여 잠시 들려 본 동경 이후 처음으로 조금 넓게 둘러 본 일본과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캐나다, 그리고 그동안 돌아 다녔던 세계의 여러 곳들을 비교해 보았다.
참 많이 다른 것도 같고 비슷한 것도 같고…
이 모두가 다 참 좋은 여행길이었던 것 만은 틀림 없기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1541년 땅 끝을 떠나 바다 끝으로 와서 일본을 개항 시킨 포르투갈이란 나라는 과연 어디에 있는, 어떤 나라였을까?
이제 Dark Age, 즉 암흑시대라고 불리우던 중세의 유럽으로 바다를 건너 가 보자!
한적하고 깨끗한 시골길, 온천동네다.
시골 온천장답지 않은 규모의 유모토 간코 호텔.
다다미가 깔린 침실
유가타를 처음 입어보고 짓는 어색한 미소?
가이세키 요리상 (작은 그릇에 순차적으로 조금씩 담겨 나오는 일본의 연회식 코스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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