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진 강좌

12 보케 (Bokeh or Boke) -삥보께란 말, 들어보셨는지요?

천천히 chunchunhi 2017. 11. 4. 07:44


12 보케 (Bokeh  or Boke) -삥보께란 말, 들어보셨는지요?

 

다음은 그래픽아티스트, 오리선생, 한호림씨로부터 받아 온 글입니다. 보케에 대해서 어원에서부터 재미있게 설명이 되어 졌기에 가감없이 옮겨왔읍니다. 물론 허락을 받고……

 

Do you know what ‘pinboke’ means?

삥보께란 말, 들어보셨는지요?



 

 , 뒤로 갈수록 삥보께가 되어 있군….”

사진을 잘 보세요. 일본이 만든 국제적인(?) 사진용어 pinboke(ピン ぼけ 보께) 효과를 보여주는 사진. 조리개의 오프닝(aperture)을 크게 하고 맨 앞에 있는 물체에 초점을 맞추니까 난간이 뒤로 갈수록 핀트(focus)가 흐려(ぼけ 보케)지는 효과가 났지요? *SLR カメラ야 이런 효과를 내어 촬영할 수 있습니다. 일반 똑딱이 디카로는 안 돼요.

  

사진학 용어인 피사계심도(被寫界深度 depth of field scale)에 관한 조~금 어려운 이야기, 그러나 일본 문화의 パワ(파워)가 이렇다는 의미에서 아주 국제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희한한 일이 다 있군요.

지나가는 미국/캐나다 사람에게 “Do you know what pinboke means?” 묻는다면 거의 백이면 백 “No, I’m not sure.” 또는 “Sorry, no idea” 할 겁니다. 그런데 미국/캐나다의 사진작가나 スタジオ[스타지오](studio)에 가서 같은 질문을 하면 “Oh, pinboke? It’s a photography term. It means out of focused image in depth of field scale” (, 삥보케요? 그건 사진 전문용어의 하나로 피사계 심도에서 핀트가 흐려지는 상태를 말하는 거죠.) 등으로 말을 할 겁니다. 그러고 그 미국/캐나다 사람은 거꾸로 “Where did you pick up the term pinboke?”(당신 그런 삥보케라는 전문용어를 어디서 들었소?) 하고 되물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서로 거참 신기하기도 하다….’ 하는 눈으로 쳐다보게 될 겁니다. 이 일로 해서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죠. , 그런 전문 용어를 아는 사람끼리 통하는 심리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사진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면 누구나 알고 그냥 편하게 사용하는 말이 이 말, 삥보께입니다. 혹 독자 중에 대학 사진클럽에서 활동하는 분은 이 말을 알 겁니다. 필자 한호림도 사진(깨나?) 하는 사람이라 이 말 참 많이 써왔고 쓰고 있지요. 그럼, 삥보께가 뭔 말이냐? 은 네덜란드어로 핀트(영어로focus)라는 뜻이에요. (일본은 일찍이 네덜란드와 교역을 했다고 그랬죠?) 그 핀트를 아주 유창하게(?) []는 날려버리고 앞부분만 발음한 겁니다. 그럼, 보께는 뭐냐? , 이건 일본어로 ぼけ[보께]라고 해서 흐려지다, 멍청해지다, 망령 들다라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ピンぼけ사진에서 주제만 또렷하게 살리고 배경은 흐려지게 하는 기법” ~ 이렇게 된 겁니다. 그런데 그런 엉터리 용어가 한국의 모든 사진가들이 (거의) 다들 쓰는 말이 됐죠? 나아가 알파벳으로 탈바꿈을 하고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캐나다의 프로 사진가들까지 쓰는 말이 됐다 이겁니다. 이것도 일본 문화 パワ를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군요.

 

삥보케        (ピンぼけ)     :  pint+ ぼけ (사진에서 주제를 살리고 배경을 흐리게 하는 기법) *이 말은 어찌도 널리 퍼졌는지 태평양을 건너가 영어의 나라 미국 사진계에서도 쓰이는 말이 됐음.

 

 

렌즈를 만드는 사람들의 처음 꿈은 빛을 많이 통과시켜 줄 수 있으면서 초점의 영역이 넓은, 즉 우리의 눈과 같은 렌즈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읍니다. 허나 우리의 눈 처럼 자유자재로 변할 수가 없는 유리이기에 한계에 부딪친 것이지요. 그러나 이 한계 때문에 초점영역이 넓어지지 못하는 렌즈로 찍은 사진이 의외로 많은 호응을 얻게 되자 그 다음은 어떻게 하면 배경흐림이 좀 더 자연스럽게 흐려지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읍니다.

렌즈마다 조리개의 날개 수와 또 그 렌즈를 구성하고 있는 유리의 특성에 따라서 배경흐림이 자연스럽게 되는 렌즈도 있고, 아니면 배경흐림이 각진 렌즈도 있게 되었읍니다. 현재로서는 배경흐림이 자연스럽게 흐려지는 렌즈가 좋은 렌즈라고 평이 나 있읍니다마는 어떤 사진의 경우에는 각진 배경흐림이 사진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경우도 있으니…. 결국은 찍는 사람의 취향과, 또 보는 사람의 취향이라고 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