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Key West 가는 길 2
수많은 Caribbean 해적들의 전설과 함께
푸른 바다를 가르며 난 기인 다리,
"7 Miles Bridge".
약 11km가 되니 우리 이수로 거의 30리가 되는 긴 다리가 아닌가?
서울의 4대문과 4소문을 잇는 성곽의 둘레가 약 17km라고 하니
다리 하나가 서울의 반을 감싸고 있는 셈이다.
허긴
멕시코만과 대서양을 갈라 놓으려니
전장 150 mile의 US1 이라는 이름의 길로는 택도 없는 일이겠지만
그 긴 길을 달려가며
왼쪽 눈으로는 대서양을 보고,
오른쪽 눈으로는 멕시코만을 보는 감회를 어찌 표현할 수가 있을까?
그 감회를 느끼기 위해서 먼 길을 달려 왔는데 ······
막상 선녀를 만나고 난 후에는
더 이상 선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려 나갈 수가 없었던
나뭇꾼의 냉가슴이 이랬으리라!
바다와 길과 또 바다를
파노라마로 보며 달려가는 나는 과연 왜 이 길을 달려가고 있을까?
40년도 더 넘은 옛 추억 속에는
세상 경험도 못 한 채
노인의 심정을 갈파하며 지는 해를 바라보던
치기 어린 젊음이 있었는데
그 소년이
이제는 노인이 되어 그 바다를 보러 가고 있는 것이다.
그 때 본 바다와
지금 보는 바다는 같은 바다이건만
결코 같은 바다는 아니리라.
바다 위로 난 길이 다르고,
바다를 보는 눈빛이 다르고,
눈빛이 흐려지도록
삶이 달라졌으니까.
그런데
주린 배를 달래며
혼자 바다를 바라보던 그 옛날의 시간이
이제는
혼자가 아닌 채로 시간에 쫒기며 달려가는 요즈음 보다
더 풍요롭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오늘을 회상하는 감정은 어떤 감정이 될까?
추억의 묘약이 바꾸어 주는
감정의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또 얼마의 시간을 보내어야 하나?
그만한 시간이 있을까?
끈어진 다리가 오히려 옛 회상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하니 인생도 참 아이러니 하다.
그 옛날에는 저 위로 기차가 달렸었는데.....
왼쪽은 대서양, 가운데는 찻길, 오른쪽은 멕시코만이라고 불리우는 캐리비언 바다.
옛것과 새것의 공존이 이루는 조화.
시간은 또다시 오늘의 새것을 어제의 옛것으로 만들어 주겠지?
혼자이었었는데.....
또 다른 혼자가 더해 져서
둘이 되고....
그 둘이 넷이 되고
그 넷이 열이 되는 산수는 어떤 방정식일까?
세월이라는 방정식?
바다는 쉬임없이 출렁이는데......
믿음 많던 베드로도 잠깐 사이에 물에 빠져 허우적 거렸었는데,
요즈음에는 너,나 없이 물위를 잘도 걷는다.
걸어 갈 수 있는 다리와, 걸을 수 있는 다리가 있으니까.
그런데 그 끝은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이런 기억을 남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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