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포커싱? 배경 흐림? 선별 초점? 보케?
- 이것이 문제로다!
41회와 42회에 걸쳐서 딱딱한, 그리고 난해한 수학공식을 사진에 대입하여 여러분들을 혼란스럽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모두가 다 선명하게 나오는 부분과 흐리게 나오는 부분을 알기 위함이었고,이 두 개의 영역 사이에서 사진이 과학적인 기록이 아니라 예술의 한 부분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 두 사람이 걸어서 만든 오솔길이 편하고 가까워 여러 사람이 다니다 보면 대로가 되는 것처럼 한 두 사람이 사용하기 시작한 단어가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다 보면 옳고 그름을 떠나서 하나의 정설로 고착이 되곤 합니다. 오늘은 사진의 초점거리와 상관된 몇 단어들 중에서 혼동되게 사용되는 단어를 다시 한번 정리하여 보겠습니다.
우리들이 흔히 사용하는 말로 '아웃 포커싱'이라는 말이 있지요. 물론 저도 습관적으로 그렇게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또 '인 포커싱'이라는 이상한 말이 만들어지게 되었더군요.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정의를 내려서 인터넷 상에서,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책에서도 다음과 같이 정의하며 통용하고 있더군요.
※ 아웃 포커싱 : 주변 배경을 흐릿하게 함으로써 피사체를 강조하는 효과.
※ 인 포커싱 : 초점이 뒤에 있는 피사체에 맞춰져 있어 피사체를 흐리게 찍는 것.
‘아웃 포커싱’이란 말은 워낙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온 말인데 이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만들어 진 ‘인 포커싱’은 순수한 한국식 영어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아웃(out)’의 반대는 ‘인(in)’ 이니까요. 아마도 아래 그림과 같은 경우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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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두가 다 영어이기는 한데 서양에서 쓰이는 영어가 아니라 한국에서 사용되는 영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요즈음 사진학 강의에서는 ‘Selective Focusing’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in focus'라는 말은 초점이 정확히 맞았다는 말이지요. 오랫동안 일본 식민지 하에서 교육을 받으신 선대로부터 다시 교육을 받은 우리들이기에 우리들은 오랫동안 “핀트가 맞았다”혹은 “핀트가 안 맞았다”와 같이 “핀트”라는 말을 사용했었지요. '핀'은 네덜란드어로 초점, 영어로는 'focus'가 맞았다는 뜻인데, 일찍이 서구 문명을 받아들인 일본에서는 '핀'이라는 발음이 잘 안 되어서인지 '핀트'라고 발음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포커스가 잘 맞은 사진을 보고 '칼핀', 즉. 칼날같이 또렷하게 초점이 맞았다는 속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여기서도 역시 한글의 우수성이 잘 나타나네요. ㅎㅎㅎ)
아웃포커싱은 실제로는 'out of focus'의 준말로 초점이 잘 안 맞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영어로는 'Bokeh'라고 쓰며, 사진가들 사이에 많이 사용되어져서 이제는 영어가 된 일본말, '삥 보케'의 준 말입니다. 12회 참조) 그러니 흔히 쉽게 쓰는 용어로 '아웃 포커싱'은 정확한 말이 아니고, 단지 '초점이 맞지 않은 상태를 만드는 행동'을 지칭하는 말인 것입니다.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피사계심도(depth of field)라는 용어는 사진에서 선명히 찍혔다고 인정할만한 장면의 가까운 곳에서 먼 곳까지의 범위를 이야기합니다. 조리개 값의 변화로 선명한 범위, 즉, 피사계심도가 얕게, 혹은 깊게 달라지게 할 수 있는 것을 아셨다면 피사계심도를 중심으로 초점이 맞았다고 보이는 부분을 '인 포커스(in focus)'로 부르고, 초점이 맞지 않고 흐리게 표현된 부분을 '아웃 포커스(out of focus)'했다고 표현하면 되겠습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풍경사진을 찍을 때 원근을 전부 선명하게 보이게 하려고 심도를 깊게 촬영하는 것을 '팬 포커스(pan focus)'라고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결국 렌즈는 정확한 초점거리를 한 곳밖에 만들어 주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고 이에 따라 생기는 과초점거리에 의해 심도 영역 외의 영역은 흐리게 만들어지다 보니 이것을 한 장면에서 보게 되는 사람들이 예술성을 발견하게 되어 사진술이 과학에서 예술로 승화될 수 있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렌즈가 사람의 눈처럼 순간 순간 초점거리를 바꾸어 주면서 모든 사물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가 없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우리 눈이 못 하는 일을 하니 우리 눈에는 렌즈의 요술처럼 보이는 모양입니다.
지난 주에 말씀드린대로 심도,즉, 'Depth of Field'는 조리개의 크기뿐만이 아니라 렌즈의 화각에 따라서 변하기 때문에 어떤 렌즈는 'out of focus', 즉, 'selective focusing'을 하기가 좋고 어떤 렌즈는 잘 안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렌즈의 종류와 특성을 또 알아야겠지요? 어떤 렌즈가 어떤 요술을 부릴까요? 다음 주에는 렌즈를 조금 더 들여다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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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ive Focus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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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 Focus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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