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寫眞) 인가 사진(詐眞)인가?
제 1회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쓰면서 “사진(photography, 寫眞)은 빛이나 복사 에너지의 작용을 통해 감광성의 물체 위에 피사체의 형태를 영구적으로 기록하는 방법입니다. 사진술은 흔히 말하는 것처럼 기계를 이용해야 하는 과학인 동시에 인간의 감성으로 피사체를 표현하는 예술이기도 하기에 여기에 사진의 묘미가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씀 드렸지요.(중략-자세한 내용은 제 1회를 참조하세요. http://www.budongsancanada.comdptj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카메라의 각도에 따라 대상의 모습이 무한히 변화하고, 그 변화에 따라 대상이 갖는 의미도 달라지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사진의 예술성이 부각되어지고, 그래서 사진작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지요.“라고 설명을 드렸었습니다.
이런 사진들이 세대의 변천에 따라 디지털로 저장이 되어지고, 또 프로그램의 발전에 따라 후보정의 능력이 늘어나면서부터 사진은 더 이상 사실을 기록하는 매체가 아니라 후보정하는 사람들의 손놀림 여하에 따라서 변형도 되고 조합도 되고 또 삭제도 되다 보니 사진은 사진이로되 더 이상 사진이 아닌 그래픽아트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설명이 내포하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하나씩 현실로 다가온 것이지요. 오늘은 사진이 우리들을 얼마나 속이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들이 늘 접하는 잡지의 광고를 보면 아름다운 배우들이 모델로 나와서 물건들을 사라고 부추기는 것을 매일 보게 됩니다. 몸매가 아름답고 얼굴에 잡티 하나 없이 모두가 다 쭉쭉빵빵이 아닙니까?
실제로도 물론 그네들이 보통의 우리보다는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피부도 깨끗하겠지만 거기에는 사진 보정 술이 한몫을 하였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1920년대 하와이 이민 초기 그 당시에는 귀한 사진을 보고 많은 분들이 결혼을 하였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본인을 상면하고 보니 사진의 표현력 때문에 속았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보정술이 발달한 요즈음이라면 아마도 더욱 극심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일들은 1970년대 캐나다에서도 재현이 되었지요. 이민 초창기에 홀로 이민을 와서 정착을 한 후에 배우자를 맞이하는데 한국까지 다녀오면서 배우자를 물색할 형편은 안 되고....하여 많은 분들이 소위 그 당시 말로 소포결혼을 하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사진보정은 아주 드문 일이었습니다만, 사진과 다른 느낌의 실물로 곤욕을 치르신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는 매체라고 하였는데 결국은 피사체를 잡는 구도와 조명, 그리고 조리개의 크기와 셔텨 속도를 조절하면서, 또 한 순간을 잡기도 하는 사진이 시간의 흐름을 잡으면서부터, 그리고 초점거리의 교란으로 앞뒤를 흐리게 하다 보니 우리 눈으로 보는 것과는 아주 다른 영상을 창조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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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시는 폭포의 사진, 얼마나 시원하게 계곡의 정경을 담았습니까?
밴쿠버근교의 Minter Garden 이라는 곳에서 저희 ‘토사모’ 회원이신 흰나리님이 찍으신 사진인데 흰나리님 자신이 웃으시면서 실물을 보시면 실망한다고 하실 정도의 조그마한 개울입니다.
사진만 보면 무릉도원의 한 장면 같지 않습니까? 허나 자세히 들여다 보며, 그리고 머릿속으로 그 시간의 흐름을 한 순간으로 바꾸어 보면 별 보잘 것 없는 작은 개울에 이끼 낀 작은 돌 몇개뿐인 것입니다.
이 좋은 사진에 왜 이렇게 초를 치느냐고요? ㅎㅎㅎ 사진은 사기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랍니다. 아쉬운 점은 이 정경을 조금 멀리서 그 크기를 볼 수 있게 잡았더라면 좋은 비교가 될 테인데... 그만 아쉽게도 비교할 사진이 없네요. 전체의 크기를 가늠하시려면 사진에 나온 이끼의 크기를 살펴보세요.
이렇게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보잘 것 없는 속에서도 아름다운 정경을 찍어내는 마술사들인 것입니다.
여드름 투성이의 총각 얼굴이 말끔하게 나오는가 하면, 조금 불룩한 아랫배를 민민하게 만들어 비키니의 자태를 더욱 요염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인터넷이 발달한 요즈음에는 사진(寫眞) 을 사진(詐眞)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더욱 많이 늘어나서 우리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새롭고, 과격한 표현에 휩쓸리는 성향이 있는 우리들이다 보니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 또한 많이 생겼습니다.
그 한 좋은 예가 아폴로 11호에 얽힌 소문이 되겠습니다. 1969년 7월 16일, 인간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외의 행성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러나 소문은 인간이 실제로 달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모두 네바다 사막의 모처에서 헐리우드 특수효과 스텝들을 동원하여 촬영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즉 모두 특수 촬영물이었다는 이야기지요.
심지어는 감독이 스탠리 큐브릭이고 가짜 영상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동시에 촬영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루머가 왜 이렇게 큰 파장으로 퍼질 수가 있었을까요?
그것은 사진(寫眞)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진(寫眞)은 사진(詐眞)으로 조작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고요. 그래서 요즈음에는 재판정에서 사진을 증거물로 인정을 하지 않게 된 이유이기도 한 것입니다.
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사(詐)한 마음을 가지고 찍은 사진은 사진(詐眞)이 될 것이고 사(寫)한 마음을 가지고 찍은 사진은 사진(寫眞)이 될 것입니다.
비 온 뒤 고인 더러운 흙탕물에 반사되는 황혼을 아름답게 표현해내는가 하면 탁한 연못에 떠 있는 연꽃을 아름답게 잡기도 합니다만, 이것을 과연 사(詐)한 마음이라고 해야 할지...
지저분함과 더러움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표출해내는 작가들의 미적인 눈을 굳이 사진(詐眞)이라며 나무랄 일이 있겠습니까만, 우리들을 미혹하는 소문과 광고사진들이 너무도 범람하기에 소문이나 유혹은 즐기기만 하시고 넘어가시지는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어 보았습니다.
(이 글을 써 놓고 “33회 접사”에 나온 사진의 캡션을 보니 제가 바로 사진(詐眞)을 만든 셈이 되었네요. 사진과 다른 설명에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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