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세상에서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에 따라서, 또 신분계급에 따라서 손오공의 여의봉처럼 변할 수 있는 잣대가 아마도 예술과 외설을 재는 잣대가 아닐까 생각 합니다.
흔히 말하는 예술 중에서도 그림과 문학에서 항상 문제가 되어 왔으며, 이 문제가 결국은 시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지난 역사가 증명하여 주고 있으니까요.
요즈음은 초등학생들도 아무 제약 없이 미술관에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아니 어떤 때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을 하기도 하지요. 미술관에 가보면 많은 그림들이 여성들의 누드입니다. 그러면서도 어떤 경우에는 “18세 미만 관람불가”라는 딱지가 붙기도 합니다.
Dark Age라고 불리던 중세의 암흑시대를 벗어나면서 일어난 문예부흥, 즉 Renaissance는 인간들의 관념 자체를 바꾸어 놓은 사조였습니다. 우리말로 바꾸면(사실은 중국말이기도 하지만) 복고주의라고 표현이 되는 사조로서 글 그대로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옛날이 언제인가 하면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들이 활약하던 그 옛날의 그리스 시대인 것입니다. 그 당시의 그리스 조각들을 보면 신상들을 누드로 만들어 놓으면서 인체의 아름다움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었었지요.
그림에서, 그리고 문학에서 인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여인들의 나상을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왜냐구요? 여체만큼 그 선이 아름다운 피조물이 없으니까요. 왜냐구요? 신이 만든 작품이니까요. 그리고 그건 남성들처럼 진흙으로 빚어진 뚝배기가 아니라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어 진 Bone China이니까요. 얇게, 매끄럽게 만들어진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김, 잔을 통과하며 투영하여 오는 햇살을 보는 것만으로도 뚝배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흥이 일어나게 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그림들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거의 전부가 다 남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쇼핑센터에 가서 계산하기 위하여 줄 서 있는 곳에 꼽힌 잡지들을 가만히 보십시오. 10가지 잡지 중에 8~9의 표지에는 여자의 사진이 들어 있음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글로서리 쇼핑의 대부분이 여자인 것을 보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난감해지기도 합니다마는 결국 여자들도 여자들이 예쁘게 나오는 사진을 보는 것을 선호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지요.
사진이 없던 그 옛날에도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하여 여성 모델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사진이 발달한 요즈음이라고 이런 추세에서 벗어나겠습니까? 요즈음 사진에서도 Nude라는 장르가 엄연히 있어 예술의 한 부분을 장식하고 있습니다마는 이 또한 예술과 외설의 시비에서 완전히 자유스러울 수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경계가 옛날하고는 많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기는 하였지만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구별 할 수가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아무리 예술성이 많아도 그것을 보는 사람이 외설적인 상상을 하면서 본다면 그건 외설이고, 아무리 외설적으로 그려졌거나 찍혀진 사진이라도 구도와 빛의 강약, 그리고 전체적인 조화를 예술적으로 보면 그건 하나의 예술사진이고 그림일 것입니다.
여기에서 제가 처음에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가?”고 설명을 드릴 때 사진사가 의도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하였었는데 그만 모순이 되어 버리고 말았네요.ㅎㅎㅎ 그러나 사진사가 의도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인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옛날의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중에도 많은 춘화도가 있어 그 당시에는 외설시비에 휘말렸습니다마는 이 모두가 요즈음에는 국보급으로 취급을 받는 것을 보면 시대의 변화를 감지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피사체를 그리는 대신 찍는 사진 역시 마찬가지이겠지요.
가끔 접하는 사진 중에 아침이나 저녁나절의 사막 사진이 있습니다. 햇빛과 그림자의 조화가 이루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려고 하는 사진이지요. 허나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런 사진을 찍을 때 그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는 그 사진에서 여체를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들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는 사람들이 그런 느낌을 가지면서도 아무 거부감 없이 사진을 감상합니다.
사진 전시회에 걸려 있는 누드나, Play Boy에 나오는 누드나, 누드는 다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어느 사진이? 좋은 사진인가를 볼 것인가요? 그 사진이 나타내려는 작가의 의도를 어떻게 가늠할 수가 있는 것일까요?그리고 그 사진을 나는 어떠한 마음으로 감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내가 가지고 있는 예술과 외설을 재는 잣대의 눈금은 어디 즈음에 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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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입은 여인과 옷을 벗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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