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채석강 (採石江)
어디를 가나 항상 해는 서쪽으로 진다.
그래서 일출을 보려면 동쪽을 보고, 일몰을 보려면 서쪽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는데….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와 바다로 지는 해가 만들어 내는 장관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찾는다. 도심에서 빌딩 뒤로 지는 해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그 시간 대에는 일상에 바쁠 시간이 되다 보니 일상을 내려 놓고 삼라만상을 붉게 불들이며 밝아 오는, 혹은 어두움 속으로 스며드는 그 오묘한 변화를 보기 위해서 모두가 산으로 바다로 찾아 가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일몰을 보았는지 헤일 수도 없지만 그래도 또 다른 일몰의 황홀함에 젖어 보려고 먼 길을 달려 전라북도 부안군의 변산반도로 온 것이다.
“해넘이 채화대”라고 불리우도록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지는 태양의 장엄한 모습이 일품이라기에….
함께한 지인의 배려로 변산반도에 있는 대명리조트에 짐을 풀고는 섬 에 자란 소나무 뒤로 지는 석양을 보기 위하여 부리나케 달려 갔건만 날씨가 바쳐 주지를 않는다. 부슬비까지 내리니 분명 저 구름 뒤엔 붉은 해가 있을텐데 내 눈에는 회색 구름 뿐이니…. 오호 통재라.
결국 일출이나 일몰을 사진 찍는 것은 우리 인력의 한계 밖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터득한 셈이 되었나 보다.
부슬비 오는 해안가에 난 보드워크를 걸으러 또 다른 곳으로 차를 몰아 보았지만 아직 보드워크의 가로등이 점화 안 된 채 해안가의 몇 안 되는 불빛만이 어두운 바다위에 출렁이고 있었다. 그래도 가로등이 켜지는 정경을 보려고 보슬비를 맞으며 한참을 버티다 보니 또 다른 정경이 나타난다.
아침에 눈을 뜨니 비는 개였는데 하늘은 아직 파란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
변산반도 격포의 명물 채석강으로 가 보았다.
격포 해수욕장 옆으로 난 특이한 형태의 해식 단애.
켜켜이 쌓여 층을 이루었던 수성암 단층이 융기되면서 바람에 깍이고, 파도에 마모되어 층암절벽을 이루었고, 바다 속 부분은 파도와 조수간만으로 흐르는 물에 깍기어 채석범주를 이룬 특이한 지형이다.
더군다나 밀물일 때에는 고립된 섬이 되었다가 썰물일 때에는 걸어서 갈 수도 있는 바위 군락이니 그 사이 사이에 살아가는 많은 바닥 생물들을 보는 것도 빼어 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가 되는 곳이다.
채석강이라 하여 물이 흐르는 강을 연상하기 쉽지만 결국 돌이 흐르는 강이란 이름이다. ㅎㅎㅎ
이 소나무 뒤로 석양이 빠알개야 하는데....구름이 심술을 부린다.
내 작은 폐활양으로는 구름을 불어 버릴 수도 없고....
삭이려는 가슴이 까매진다.
부슬비가 나리는 포구의 밤! 어디로 가는 걸음일까?
망부석!? 아직도 앉아 있다. 앞으로도 앉아 있을 것이다. 채석 위에….
생명의 신비
유명하기는 유명한 곳인 모양이다. 흐린 날씨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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