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이 발달하고, 또 운송수단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다보니 세계가 좁아지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유럽이 바다 건너 있는 먼 나라가 아니게 된 즈음에 일본의 니콘사에서는 콘탁스 카메라를 바탕으로 카메라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렌즈의 성격 또한 칼 자이즈를 많이 닮아서 해상도가 뛰어나고 선이 명확한 특성이 있습니다. 물론.... 칼 자이즈만은 못하겠죠. 우선 가격이 다르니까요.
니콘의 경쟁 업체인 캐논은 라이카를 기초로 카메라를 제작하여 라이카 렌즈의 특성인 부드러움을 강조했습니다. 이 또한 물론 라이카만큼은 안 되겠죠. 참고로 라이카는 렌즈를 만들때 일부러 어느 정도의 구면수차를 남겨 둔다고 합니다. 그리고 렌즈의 콘트라스트를 아주 크게 해서 부드러운 선명함을 추구한답니다. 그래서 아마도 사진사들의 세상에서 캐논은 인물사진에 좋고 니콘은 경치사진에 좋다는 말이 나왔나 봅니다.
전후 일본의 공업이 발전하면서 생겨난 많은 회사들이 서로 앞 다투어 유럽의 기술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일본회사들이 유럽의 브랜드 네임으로 대행생산을 하게 되었지요. 요즈음에는 소니사에서 자이즈 상표를 단 렌즈를 만들고, 파나소닉에서는 라이카렌즈라는 이름을 자사의 카메라에 사용한다고 광고를 하고 있지요. 한국의 삼성에서도 슈나이더 렌즈를 라이센스 생산방식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즉, 이 모든 카메라의 렌즈에 사용되는 상표는 독일 제품의 이름이지만 이 모두가 다 전통 독일제 제품들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요 근래에는 삼성에서 핫셀과 병합하여 한국도 이제는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네요.
글쎄요. 필름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에서 일반 일본산 제품으로 찍은 사진과 라이카나 콘탁스 제품으로 찍은 사진을 블라인드 테스트해 보면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평생 핫셀블러드에 칼 자이즈 렌즈만 끼고 작품활동하는 사진작가한테(물론 그 분이 분야가 좀 특이하고 그 분야에서 인정 받는 분이라고 합니다.) 마미야로 찍은 것을 핫셀로 찍었다고 뻥치고 보여주니까, “오 역시 칼 자이즈다.. 이 선예도~” 그랬다고 그러더군요.
세계가 좁아지고, 자본주의가 장인정신을 구매한 요즈음에는 결국 명품은 존재하지만, 명기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나 봅니다. 죤 스타인벡이 말한 것처럼 “카메라는 펜과 마찬가지로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카메라는 인간의 이성과 감성의 확장일 수가 있다."는 말은 오늘에도 퇴색하지 않은 진리에 가까운 명언인 것입니다.
어차피 콩알만한 센서나 손톱만한 센서를 쓰는 디카에서 렌즈의 성능도 어느 정도 중요한 것은 확실하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비슷한 성능의 렌즈라면 라이센스 렌즈를 쓰는 회사나 아니나, 거기서 거기일 것입니다.
컴팩트 디카에서 화질을 크게 좌우하는 부분은 일차적으로 이미지프로세싱 기술이 가장 크며, 그 다음이 렌즈입니다. 서로 다른 카메라 회사들이 같은 회사 제품의 렌즈를 사용한다해도 모두 같은 색감, 같은 화질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펜탁스 옵티오 시리즈의 슬라이딩 줌 렌즈를 사다쓰는 카시오의 Z시리즈가 있고, 캐논의 렌즈를 사다 쓰는 카시오의 P시리즈, 그리고 산요 또한 캐논의 렌즈를 사용하지만 서로 다른 이름으로 만들어진 카메라의 색감이나 화질이 모두 조금씩 틀립니다. 같은 렌즈를 사용하였는데도 말이지요.
얼마전 한국의 모 공모전에서 이런 사건이 있었다고 하네요.
DSLR에 28-80렌즈로 찍은 사진이 상을 타게 되었답니다. 그 사진을 설명할 때 "이거 아주 고급 렌즈로 찍은 사진입니다.”라고 뻥을 쳤더니 사람들이 "역시 고급 렌즈를 써야한다. 선예도 죽인다~" 그러면서 리플들을 많이 달았는데 나중에 찍은 분이 발표하시기를 "이거 사실은 5만원짜리 렌즈입니다."라고 하였다나요?
우리같이 돈을 쓰면서 보급기종이나 중급기종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사진을 찍을 때 명품이나 상표에 연연하게 됩니다. 조금 더 비싼 카메라를 사용하면, 조금 더 좋은 렌즈를 사용하면 더 멋지고 좋은 사진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사진을 자신의 불충분한 기재 탓으로 변명하게 되지요.
물론 분명히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마는 그 가격의 차이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사진의 차이보다 훨씬 큰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고, 그래서 카메라 회사들이 배를 불리면서 매년 신제품들을 내 놓으며 우리를 유혹하는 것이지요.
요즈음은 옛날처럼 장인정신이나 장인의 역량보다는 평준화된 기계에 의존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력이 싼 지방을 택하여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팔리고 있는 대부분의 니콘이나 캐논, 소니 이 모든 회사들이 중국이나 타일랜드에서 만들어지고 있지요. 그런데도 똑같은 브랜드로 일본에서 만든 니콘하고 타일랜드에서 만든 니콘과는 가격에도, 품질에도 차이가 있는 것은 무슨 이유때문일까요?
Quality Control의 차이와 생산지역의 기후 차이가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하네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여기 속담대로 “What you pay, what you get!”이 완전히 헛소리는 아니라는 이야기겠지요.
제가 여러분들을 조금 더 헛갈리게 하였나요? ㅎㅎㅎ
우선은 여러분들이 가지신 카메라를 완전히 숙지하시면서 사진의 본질을 좀 더 깊게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그 때가 되면 거금을 들이더라도 좀 덜 아까울 테니까요.
1949년형 콘탁스 S
1959년형 니콘 F1
라이카 렌즈를 사용했다고 표시한 파나소닉의 루믹스
자이스 렌즈를 사용했다고 광고하는 소니 R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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